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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무함마드 모독과 거룩한 명분

[LA중앙일보] 발행 2012/09/19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09/18 20:35

김완신/논설실장

종교의 진정한 가치는 지고의 선을 세우는 것 분란의 빌미는 아니다
2006년 9월 베를린의 도이체 오퍼 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던 한 오페라가 갑자기 취소된다. 오페라의 제목은 '이도메네오'로 신이 예정해 놓은 인간의 운명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모차르트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다는 오페라다.

공연이 돌연 취소된 이유는 이슬람 무장세력의 테러 위협 때문이었다. 오페라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 예수 부처와 무함마드의 참수된 머리를 의자에 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도이체 오퍼(오페라)는 초연된 지 200년이 넘은 이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문제의 장면을 설정했었다.

공연소식이 발표되면서 베를린 경찰청에는 테러협박 전화가 걸려왔고 결국 개막은 취소됐다. 그후 예술작품이 테러협박으로 취소된 것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수개월이 지나 12월에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보안당국이 안전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공연이 재개됐고 관객들은 입장할 때 철저한 몸수색과 함께 경보발령시 대피요령을 숙지해야만 했다.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빚어진 갈등은 이전에도 많았다. 1988년 영국의 소설가 살만 루시디는 무함마드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악마의 시'를 발표했다가 이슬람 종교지도자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10년간 도피 생활을 했다. 그 기간 중 소설의 일본어 번역자가 목 잘려 살해되는 등 각국 번역자들이 습격을 당했다. 2005년에는 덴마크 일간 '윌란스 포스텐'이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신문만평을 게재해 각국에서 무슬림과 기독교인 간의 충돌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금융사기 관련 보호관찰법 위반혐의를 받고 있는 배슬리 나쿨라가 제작한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으로 다시 이슬람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슬람 과격단체들은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독했다며 전세계 무슬림에게 반미시위에 나설 것을 선동하고 있다.

무슬림은 무함마드가 신이 보낸 마지막 선지자이고 그에 의해 완성된 흠결없는 종교가 이슬람이라 믿고 있다. 또한 이슬람의 코란은 신성한 경전이면서 동시에 무슬림의 현세를 규율하는 최상위 법이다. 코란에는 '그분(무함마드)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무슬림은 이 말에 근거해 무함마드의 초상화를 그리거나 조각으로 남기는 것을 엄격히 금한다. 종교적 우상화를 경계하는 뜻도 있지만 그보다는 범접할 수 없는 신성을 가진 무함마드를 인간이 묘사해서는 안 된다는 경외심이 더 강하다. 중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함마드의 승천 그림에도 형체만 있을 뿐 얼굴은 없다. 이슬람 문화 전시회에서도 초상화와 인물상은 볼 수가 없다.

세계사를 통해 종교 간의 갈등은 가장 참혹한 전쟁을 불러왔다. 11세기에 시작된 기독교와 이슬람의 십자군 전쟁은 200여년간 계속되면서 피바람을 불러왔고 이후에도 종교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신앙적 결단으로 무장한 병사들은 죽음이 두렵지않고 살생도 면죄부를 받기 때문에 전쟁은 항상 치열할 수밖에 없다.

조악하게 제작된 영화 한 편이 다시 서방 기독교권과 이슬람권의 해묵은 갈등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아랍권에서 시작된 반미.반기독교 시위가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과격시위는 끊이지 않는다.

종교적 신념에 상관없이 무슬림에게 있어 가장 신성한 영역을 모독하고 조롱한 것은 분명 잘못됐다. 이슬람 무장세력의 인명살상 테러도 종교를 앞세운 '거룩한 명분'으로 용서될 수 없다. 종교의 가치는 선(善)을 세우는 것이지 분란의 빌미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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