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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타운행사의 '엉뚱한' 주인공들

오수연/경제팀 기자

행사에는 항상 주인공이 있다. 결혼식 때는 신부가 주인공이고 돌잔치에는 이제 1살된 아이가 주인공이다. 대선에는 대통령 후보들이 주인공이 된다. 그래서 결혼식장의 하객은 신부보다 화려하지 않게 입는 것이 예의고 전당대회에서 강연자는 자신보다는 후보를 높여주는 연설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종종 어느 자리에서든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고 때론 주인공이 누군지 모르는 행사도 있다.

한인 행사에도 더러 이런 모습을 보이곤 한다. 최근 열린 두 개의 행사에서 비슷한 상황을 보았다.

얼마 전 한국중소기업중앙회가 LA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다. 한국 중소기업의 미국 진출과 한인 비즈니스 활성화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서는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들이 직접 참석했고 평소 한자리에서 모이기 힘든 상당수의 한인 경제계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진행은 순조로웠다. 사무실에 모여 테이프 커팅식에 이어 오찬과 함께 축사 등 나머지 행사가 진행됐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중앙회 회장이 환영사를 했고 LA총영사와 LA한인상공회의소 회장 등 참석자 중 여러 명이 축사를 전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한 단체장이 화가 나서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 단체장은 "초청을 해놓고 이게 무슨 일이냐.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단체인데 무시하는 것 아니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기자들에게 항의를 했다. 행사엔 이 단체장의 차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다. 한인 커뮤니티 대표 단체이니만큼 축사 한마디 정도 하면 더 보기 좋은 자리였다.



그렇다고 한인사회를 무시했다고 싸잡아 말할 일도 아니다. LA한인상공회의소가 참석해 축사를 전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날 주인공은 엄연히 중앙회다. 모두들 축하해 주러 모인 자리이니 중앙회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조연이고 엑스트라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행사 후에 확실하게 지적해 주면 된다.

다음 날에도 주인공이 누군지 모르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산 활수산물로 중국 커뮤니티 시장 공략을 위한 첫 이벤트였다. 이날 행사는 중국계 식당과 수산물 유통업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한국산 활어를 이용해 중국요리를 만들어 선보이는 자리였다. 중국계 업주들의 쉽게 참석할 수 있도록 중국인들이 밀집되어 있는 샌게이브리얼시에 그것도 한 중국식당에서 열린 행사였다.

그러나 가서 보니 그 전날 중앙회의 개소식에서 봤던 한인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인 행사를 방불케했다. 행사가 시작됐다. 이벤트 하일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활광어를 회를 뜨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기념촬영을 위해서 한인단체장에 취재진들까지 주르르 올라가 섰다. 뒤를 돌아보니 그날 회 뜨는 모습을 정작 봐야할 중국계 업주들은 멀뚱히 앉아 있었다. 나중에 찍어 놓은 사진만 보니 그냥 한인행사다. 누구를 위한 행사였을까.

여전히 한인행사들은 형식적이 다. 때론 참석자들을 챙기느라 알맹이 없는 행사가 되기도 하고 때론 인사들을 챙기다가 행사의 본질이 흐려지기도 한다. 이제는 한인 행사도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싶다. 아직도 주인공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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