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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젊은 목사, 젊은 리더

이종호/논설위원

미주 한인사회 대표적 대형교회인 나성영락교회가 43세 권혁빈 목사를 새 담임목사로 내정했다는 소식이다. 교단도 다른 데다 역대 어느 담임보다 젊은 목회자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교회 안팎에선 파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교인들의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젊은 목사가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도 없진 않다. 또 유명 대형교회가 이렇게 젊은 목사를 청빙했으니 이제 어지간한 교회에선 그보다 나이 많은 목회자를 모시려 하겠느냐는 염려의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젊은 리더는 세계적 추세다. 지난 해 교인 수 7만~8만명의 한국 온누리교회도 하용조 목사 후임으로 43세 이재훈 목사를 담임으로 선임했었다.

교회만이 아니다. 2010년부터 영국을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도 43세 때 총리가 되었다. 이에 앞서 1997년 영국총리가 된 토니 블레어 역시 당시 나이 43세였다. 미국인의 영원한 우상 존 F. 케네디 대통령 또한 43세 때 백악관에 입성했다. 지도자가 되는데 나이는 걸림돌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긴 서른도 안 된 사람이 국가 최고지도자가 된 북한도 있는데 무얼 더 말하랴.



사실 젊다는 것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 신선함 활기 추진력 패기 등 그 미덕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너무 심각하지 않아서 좋고 예측불허의 발랄함도 때론 매력이다. 거기다 현대는 이미지 시대 아닌가. 이래저래 젊고 잘 생겨야 각광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젊음이 좋다고 마냥 예찬만 하기에는 뭔가 허전한 구석이 있다. 특히 나이 들어가는 것이 안일과 안주 무능과 무력함의 동의어처럼 치부되는 요즘 사회 분위기에는 표현할 수 없는 착잡함과 서글픔이 느껴진다. 조기은퇴 서열타파 발탁인사 같은 유행어 뒤에 스며있는 고령자의 자조와 한숨을 젊은 세대들이 과연 얼마나 감지할 수 있을까.

결국 과정보다 결과에 의미보다 성과에 안달하고 집착하는 우리의 조급증이 문제다. 한탕주의가 횡행하고 새치기가 현명한 처세법으로까지 미화되고 있는 것도 이런 세태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대통령 후보도 그렇다. 반짝 인기만 업으면 누구든 넘볼 수 있는 자리가 돼 버렸다. 그러니 차곡차곡 경험과 경륜을 쌓은 뒤 필생의 대업으로 도전해야만 되는 줄로 알던 사람들이 느꼈을 허탈과 상실감도 이해가 된다. 다 된 밥상인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불어닥친 안철수 바람을 대하는 박근혜의 심정 대중 앞에 나선지 채 1년도 안된 정치 신인(?) 문재인에게 제1야당 대선후보 자리를 넘겨주고만 손학규의 심정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하지만 어쩌랴. 어차피 세월은 젊은 사람 편인 걸. 그렇다면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속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장년들이여 낙담은 말자. 아무리 첨단시대라지만 경험과 경륜은 용도폐기 대상이 아니라 끝까지 존중되고 전수되어야 할 가치라는 것도 포기하지 말자. 노인 한 명이 숨을 거두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인생 2모작 시대다. 로널드 레이건은 70세에 대통령이 되어 8년이나 미국을 이끌었다. 김대중 역시 온갖 시련을 딛고 75세에야 대통령 꿈을 이뤘다. 한 때의 좌절에 주저앉았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일들이었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올라야 할 봉우리는 많다. 평생 한 봉우리만 오르고 말 것이 아니라면 젊은 누군가가 먼저 올라간다고 부러워하거나 초조해 할 필요가 없다. '괜찮을까' 염려할 일도 아니고 '새파란 것이…'라며 비아냥거릴 일도 아니다. 남이 가는 길 괜히 곁눈질 말고 내 길만 보며 묵묵히 걷는 것 이것이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사람의 진짜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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