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기자의 눈] 설득력 없는 '예수 결혼설'

장열/특집팀 종교담당 기자

최근 예수의 '결혼설'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8일 하버드신학 대학원 캐런 킹 교수가 로마에서 열린 국제 콥트학회에서 '예수의 아내'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된 파피루스 문서 파편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킹 교수가 '예수의 아내서'라고 이름 붙인 이 문서는 4세기쯤에 제작된 것으로 명함 크기 정도이며 고대 이집트 남부 언어인 콥트어로 쓰였다. 이 작은 문서에는 가톨릭의 교황청 뿐 아니라 대다수 기독교 신자가 불편해 할 만한 내용이 들어있다. 여덟 줄 안에는 "예수께서 그들(제자)에게 말했다. '내 아내…' 그녀는 나의 제자가 될 수 있다"와 같은 대목이 있다. 킹 교수는 "다른 건 몰라도 '아내'라는 단어가 다른 뜻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초기 기독교 시대에 예수의 결혼여부에 대한 광범위한 논란이 있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예수의 결혼설은 성경에 기록된 예수에 대한 근거를 완전히 흔드는 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천주교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았던 예수를 모델 삼아 현재까지 성직자의 결혼과 성생활을 금지하고 있다. 또 예수가 여자 제자를 두지 않았다고 믿고 여자가 사제가 되는 것도 엄격히 금하고 있다. 또 성경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기독교의 경우도 결혼 여부가 언급되지 않은 성경 외에 또 다른 가설에도 '권위'를 주는 것이다.

어쨌든 '예수의 결혼설'은 광범위한 관심사가 됐고 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하지만 이는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아내였다는 '다빈치 코드'처럼 잊을 만하면 나오는 흥미적 요소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논란을 불러 일으킨 문서가 제작된 시기가 4세기쯤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영지주의가 득세하던 때였다. 역사학자들 역시 이 문서가 당시 영지주의자들의 문학적 상상력의 산물로 해석하고 있다.



영지주의는 1~4세기의 혼합주의 종교운동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토대로 엄청난 양의 종교적 소설 또는 공상적 종교서를 쏟아냈다. 영지주의자들은 그리스 철학의 영과 육의 이원론을 극단적으로 받아들였고 그런 바탕 가운데 그리스.로마 신화 유대교 신화를 비롯한 성경까지도 혼합시켜 기이한 신화를 끝없이 창작했다. 이들의 작품은 빌립보복음 도마복음 하와복음 베드로계시록 등과 같은 것이다. 도마복음의 경우 도마가 예수의 제자가 아니라 예수의 쌍둥이 형제로 기록돼 있다. 하와복음은 아담의 여인 하와가 복음서를 썼다는 내용으로 해괴하기 짝이 없다. 이런 영지주의자들의 문학적 상상력은 오늘날 많은 사람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문서를 공개한 킹 교수 마저 "예수 사후 수백 년이 지나 만들어진 문서다. 예수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로는 볼 수 없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게다가 이 작은 문서 파편은 원래 문서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 각 행은 문장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뒷면은 글씨가 흐릿해져 겨우 5개 단어만 식별할 수 있을 정도다.

예수가 '유부남'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흥미롭게 보는 건 좋지만 단지 단어 몇 개로 확대해석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최소한 지금까지 알려지고 검증된 수많은 역사적 성경적 자료만 살펴봐도 그(예수)는 미혼이 맞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