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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상품 그 이상이다…책은 행복이다"

'어쩌다 책읽기'라는 팟캐스트가 있다. 출판계 트렌드나 좋은 책을 소개해 청취자들에게 올바른 책읽기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려는 인터넷.모바일용 방송이다.

첫 방송을 시작한 지 이제 고작 달포가 됐다. 그런데 인기가 심상치 않다. 한국 오디오 팟캐스트 전체순위 40위 독서 분야 6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으더니 최근엔 급기야 인기 급상승 팟캐스트 부문 1위까지 차지했다. 나꼼수 손석희 김미화 등의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이 방송의 주인공이 여기 LA에 있다. 알라딘US의 이형열 사장이 바로 '어쩌다 책읽기'의 진행자 겸 작가 겸 프로듀서 겸 엔지니어다. 알고 보니 젊은 한인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페이스북 '알라딘US'의 '오늘의 유머' 코너도 그가 운영하는 것이란다.

그에게 책은 '상품' 그 이상이다. 팟캐스트나 SNS운영도 단순한 마케팅 차원이 아니다. 모두와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작은 노력일 뿐이다. 그에게서 사업가의 느낌보단 시인이나 문학교사의 느낌이 진하게 배어나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이리라.



"저는 책읽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행복해진다고 생각해요."

이형열씨의 철학은 이렇다.

"바삐 돌아가고 격동하는 시대잖아요. 세상은 우릴 토끼몰이하듯 살게 하고요. 이런 세상에서 제정신을 똑바로 차린 채 주관을 갖고 나를 다스리며 살려면 올바른 책읽기가 꼭 필요해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 말씀이 맞아요. 책을 통해 세상이 흘러가는 법칙을 잘 배워 알게 되면 유쾌하고 행복해지고 결과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죠."

사실 그는 서점 운영이라는 직업을 떠나서도 지독한 책벌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책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애정이 느껴진다.

"어려서부터 책 욕심이 그렇게 많았어요. 만화방이나 책방에서 살곤 했죠. 지금도 책 값이 만만치 않게 들어요. 한 달에 100권 이상 책을 살 때도 있으니까요. 서점에 있는 책들도 남들 눈엔 '재고'로 보이겠지만 제 눈엔 보기만 해도 뿌듯해지는 보물들입니다."

물론 책읽기가 힘들어진 세상이다. 서점가는 몰락하고 종이책은 죽어간다. 그래서 그는 팟캐스트와 SNS로 눈을 돌렸다. "대세가 그리로 간다면 거기에 걸맞게 책을 소개하고 책읽기를 독려해야겠다"라는 생각에서였다. 누가 돈 한푼 주는 것도 아니다. 서점 매출과도 직접적 연관은 없을지 모른다. 그래도 사비를 털어 녹음실을 빌리고 열과 성을 다해 방송을 준비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 SNS를 관리한다.

"처음엔 부인한테 욕도 많이 먹었어요. 사장이란 사람이 페이스북만 붙들고 앉아있고 애들이나 하는 트위터에다 시답지 않은 소리만 올린다며 잔소리도 들었죠."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어쩌다 책읽기'는 벌써 누적 다운로드 수 1만5000건에 가까워 가고 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을 비롯한 한국의 여러 유력 트위터리안들이 '어쩌다 책읽기' 소갯글을 리트윗해주며 그 열기는 점점 더해갔다. 이형열씨도 그 인기에 크게 고무됐다.'어쩌다 책읽기'의 경쟁력에 대한 은근한 자신감도 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나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등 비슷한 팟캐스트도 많습니다. 그 분들은 모두 유명인사고 그에 비하면 저야 '듣보잡'이죠. 하지만 구수한 맛이라던가 방송을 준비하는 열정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회당 청취자가 1만 명 이상 될 때까지 열심히 해야죠."

책을 추천하는데도 나름대로 철저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있다. 문학과 비문학을 적절히 섞어 알맹이가 있는 책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푸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들만을 고른다. 그러니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의 반응도 좋을 수 밖에 없다.

"사는 게 찌들려 평소에 책 한 권 못 읽고 살았다는 분이 '어쩌다 책읽기'를 듣고 '다시 책 좀 읽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대요. 그 말씀이 저에겐 마치 '오래 아팠던 분이 회복되셨다'는 소리처럼 들리더군요. 덕분에 저도 힐링을 경험했죠."

그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간단하다. 사람이 좋아서다. 훌륭한 책도 재미난 이야기도 세상사의 지표가 될 철학과 진리도 좋은 것이라면 그는 그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온라인 서점에서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에 여러 지점을 냈던 이유도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가고 머무는 곳을 만들고 싶어서였고 팟캐스트와 SNS를 통해 익명의 다수와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이유도 바로 거기 있다. 그런데 정작 그는 자신을 '잘난 척하고 재수 없어 보이는 사람'이란다.

"사람을 참 좋아하긴 하는데 왁자지껄하며 모여 술 먹고 노래방 가고 하는 건 잘 못해요. 제 자신을 위한 경계는 철저히 지키는 편이죠."

행복한 이기주의자. 그는 자신을 스스로 그렇게 정의한다.

"재즈와 클래식을 즐겨 듣고 커피 굉장히 좋아하고 와인도 아주 좋아해요. 책은 물론이고요. 인스턴트는 싫어요. 남들은 돈 많이 드는 것만 좋아한다고들 뭐라 하는데 사실 돈이 아니라 공이 많이 드는 취미들이죠. 하지만 조금만 투자하면 남는 게 아주 많아요. 전 하루 커피 두어잔 마실 때마다 음악 들으며 여유롭게 책 읽을 때마다 좋은 와인 한잔 할 때마다 정말 행복해져요. 덕분에 행복지수도 아주 높죠."

'좋아하는 일을 하라. 하고 있는 일을 즐겨라 (Do what you love Love what you do).' 이형열씨는 늘 그렇게 인생을 살려 한단다. 어쩌면 이런 삶의 방식을 통한 그의 건강하고 행복한 에너지가 '어쩌다 책읽기'를 통해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글=이경민 기자

사진=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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