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70.0°

2020.08.06(Thu)

[칼럼 20/20] '작게 살면서 크게 생각하라'

[LA중앙일보] 발행 2012/10/03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2/10/02 22:31

김완신/논설실장

초소형 주거지 인기
물리적 공간 넓다고
행복이 커지진 않아


"우리 부부가 1800스퀘어피트의 집에 살다가 168스퀘어피트로 줄여 간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습니다. 넓은 집에서 비좁은 공간으로 이주하면서 생활은 많이 불편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마음의 자유를 얻었습니다."

얼마전 버지니아주 블루리지 마운틴 지역에 '아주' 작은 집을 지어 이주한 해리와 칼 버진스 부부의 이야기다. 생활공간이 축소돼 불편했지만 이들 부부는 작은 집으로 옮기면서 모기지와 주택 관리비용 등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생활비가 적게 들면서 얽매여 있던 직장의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일을 적게 하면서도 오히려 경제적인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 큰집을 유지하기 위해 생활의 여러가지를 희생하면서 돈버는 일에 몰두했던 부부가 '물리적 공간'을 포기했을 때 '정신적 공간'은 더욱 커진 것이다.

경제적 부담만 줄어든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세상도 보였다. 168스퀘어피트에 살면서 부부와 가족간의 친밀도가 높아졌고 100% 공간활용도 가능해졌다. 큰 집 장식장에 보관했던 고급 접시들도 수납공간이 없어 사용해야만 했다. 언젠가 찾아올 손님을 위해 '모셔 두었던' 접시들을 사용함으로써 현재의 즐거움이 됐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거추장스럽고 힘겹게 두르고 있던 '공간'을 포기한 용기가 가져다 준 선물이다.

버진스 부부는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미국 전역에서 작은 집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뉴욕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275~300스퀘어피트의 초소형 아파트 건립을 승인했다. 이제까지 아파트 면적의 상한선은 없어도 하한선은 제한해 왔는데 이번에 이를 수정한 것이다.

뉴욕지역의 경우 소형주택을 원하는 사람들은 180만 가구에 이르지만 이를 수용할 만한 소규모 주거지는 100만 채에 불과하다. 샌프란시스코도 아파트 최소 면적을 290스퀘어피트로 낮추는 새로운 건축 규정을 추진 중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평수 늘리기 경쟁이 사라지고 소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규모 주택에 대한 수요는 주로 중소도시의 교외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대도시 도심지로 확산되고 있다. 건축 관계자들은 장기적인 불황이 원인이지만 주택 소유주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주택시장의 다운사이징이다.

다운사이징은 1980년대 경영학에 도입된 개념이다. 기업의 감량경영을 통칭하며 불필요한 조직을 축소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회사 경영에서 유래된 다운사이징이 이제는 실생활에서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버리고 힘든 모기지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주택 다운사이징도 그중 하나다.

소형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인터넷에는 '작은 집에서 살아가는 법'을 소개하는 사이트가 속속 개설되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는 좁은 공간 활용법 작게 사는 즐거움 등이 소개돼 있다. 특히 집을 줄여 간 경험자들은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난 것보다 가족관계의 개선 생활의 안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고 있다.

이들 웹사이트가 내세우는 구호는 '작게 살면서 크게 생각하라'다. 물리적 공간이 크다고 해서 그만큼 행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집은 이미지이며 하나의 우주'라고 했다. 공간이 아무리 커도 이미지를 담을 수 없고 세상의 어떤 부자도 우주만한 집을 살 수는 없다.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