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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일하는 노년이 아름답다

이종호/논설위원

콜럼버스데이 연휴 때 애리조나 투산 일대를 다녀왔다. 역사 기념물로 지정된 지하 핵무기 발사기지(타이탄 미사일 뮤지엄)가 인상적이었다. 냉전시대 미국의 자존심이기도 했던 그곳은 지금 정부와는 관계없이 순수 민간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모든 시설과 미사일을 정부로부터 임대해 역사 교육 차원에서 보존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대를 기억하고 교훈 삼는 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쉽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인 줄 알면서도 아무도 나서지 않아 그냥 방치되는 것들이 우리 주변엔 얼마나 많은가. 그런 점에서 이곳이 미국의 또 다른 저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곳을 모두 노인들이 운영 관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방문객 설명은 물론 기념품 판매 현장 투어 안내에 이르기까지 70이 훌쩍 넘은 분들이 모든 것을 맡아 하고 있었다.

그곳만이 아니었다. 인근의 야생동물 박제 박물관도 할머니들이 입장권도 팔고 매점도 지키고 있었다. 유명한 사구아로 선인장 국립공원도 마찬가지였다. 레인저 제복을 입고 방문자 센터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은 모두 70~80은 족히 돼 보이는 노인들이었다.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 동네엔 젊은이들이 다 빠져나가고 하나도 없거나 아니면 노인들이 끝까지 은퇴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거나.

처음 미국에 왔을 때 한국과 참 다르다고 생각했던 모습 중 하나가 이런 것이었다. 비행기를 타도 마켓을 가도 심지어 관공서에도 노인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TV를 봐도 곧잘 노인들이 광고 모델로 나왔다. 젊은이들은 TV 광고를 보고 물건을 사지 않고 아마존이나 이베이같은등 온라인 쇼핑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을 기업들이 간파했기 때문이긴 했겠지만 어쨌든 고령 사회의 한 단면을 미리 보는 것만 같았다.

유엔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가 넘으면 고령 사회 20% 이상은 초고령 사회로 규정한다. 미국은 2010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403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일본은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4%에 육박하고 있고 한국도 11%를 넘었다).

이처럼 고령화는 세계적 추세다. 국가 사회가 떠 안아야 할 수많은 과제로 각국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유다. 개인에게도 노령화는 숙명이다. 각자가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듯이 행복한 노년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솔깃해지는 얘기가 있다. 서강대 김열규 명예교수가 쓴 '노년의 즐거움'이란 책에서 주장한 '5금(禁) 5권(勸)' 얘기다.

나이가 들면 해서는 안 될 5가지와 꼭 해야 할 5가지다. '5금'은 ①잔소리 군소리를 삼가라 ②성내지 마라 ③기죽는 소리 하지 마라 ④노탐을 부리지 마라 ⑤ 어제를 돌아보지 마라다. '5권'은 ①유유자적 ②달관 ③소식 ④사색 ⑤운동이다.

고개가 끄덕여 진다. 하지만 이런 조언도 '노인 3고(三苦)' 앞엔 무력할 뿐이다. 3고란 병들어 고통(病苦) 돈 없어 고통(貧苦) 외로워서 고통(孤獨苦) 세 가지를 말한다.

노인문제 전문가들은 이것도 확실한 해결 방법이 있다고 조언한다. 세계 모든 장수촌의 장수 노인들이 증인이라며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일을 하라는 것이다.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일부러라도 억지로가 아니라 기쁨으로 일하라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미국은 노인에겐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의지만 있으면 나이 불문하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여행지에서 만난 노인들이 모두 그 증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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