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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엄마 걱정 -기형도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시인이 이토록 어려운 환경에서 살면서 시심 붙들고 성장했었나 싶으니 마음 그냥 아려옵니다. 결혼도 전에 일찍 요절한 시인은 그가 남긴 작품을 통해 보여준 그의 어둡고 부정적인 자아의식과 세계인식의 태도와 내용이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 이를 만했습니다. 한마디로 그의 시는 고뇌하는 젊음의 대명사처럼 보이게도 했습니다. 그것은 곧 그의 시에서 느낄 수 있는 고뇌의 힘과 아름다움이었다 하겠습니다.

최임혁의 동시 ‘엄마 꿈’이 겹쳐 생각납니다. 선원에 든 동자승의 엄마에 대한 생각은 태생적 본원적 의타적 그리움의 대상이었다면, 기형도의 ‘엄마 걱정’은 조금은 더 성숙한 소년의 엄마에 대한 안쓰러운 동정적 연민의 대상이고 있습니다. 이 시의 중심 발음은 존재론적인 고독일 것입니다. 엄마란 그 누구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습니다. 육신인 그들은 탯줄로 이어졌던 한 몸이었기에, 엄마의 고단한 삶 앞에서 같은 육신인 자식은 연민으로 가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시인의 엄마걱정은 인간의 고독감이야말로 인간존재의 영원한 원형이라는 발음이라 해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혈육의 거리를 어떻게, 무엇으로 끊을 수가 있겠습니까. 특히 엄마와의 관계, 그것은 분명 아빠와의 관계보다도 더 진한 데가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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