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업] 울적한 기분과 우울증의 차이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어떤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병원에 오기를 꺼리는 청소년이나 어른들을 많이 본다.

특히 자신의 자아 또는 정체 성이 흔들리기 쉬운 청소년들은 정신과 의사를 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딱지가 붙었다고 믿는 경우가 있다. 인간의 감정이란 본래가 합리성이나 이성과는 관계가 없는 동물적인 것이니 이런 불안감을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본래 불안 증세 자체가 아무 이유도 없이 세상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혹은 세상에 끝이 오는 듯한 걱정 상태이니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불안감이 심해져서 갑자기 가슴이 뛰고 숨이 가빠지고 혼자 있기가 힘들고 좌불안석 상태가 되면 일반 불안증 장애(general anxiety disorder)라 부른다. 이런 현상이 극도로 심해져서 금방 심장병으로 죽을 것 같은 상태를 공황 장애(panic disorder)라고 한다. 이들 중 집밖에 나갔을 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경우는 광장공포증과 동시에 오는 공황장애(panic disorder with agoraphobia)이고 집 안팎과 상관없는 경우는 광장공포증이 동반되지 않은 공황장애에 속한다.

강박증(obsessive compulsive disorder)이란 본인이 무의식적으로 불안을 제압하려 어떤 생각을 끊임없이 하거나 어떤 행동을 반복해야 되고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불안이 극심해지는 경우이다.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끊임없이 손씻기 철저하게 주위 정돈을 하고 완벽한 청결을 고집하기 모든 것이 대칭되도록 오른쪽을 만졌으면 왼쪽도 만져야 하고 반복해서 대문이나 유리창 잠금을 재확인하고 만약 본인이 정해놓은 목표만큼 하지 못하면 잠을 못 자는경우 등이 그것이다.

이런 증상은 특히 스트레스가가 많은 시험 도중이나 무직 상태 그리고 몸이 아프거나 우울한 경우에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그러다가 강박증세가 너무 심해져서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을 손 씻는데 쓴다거나 이 때문에 자신의 직업적 사회적인 기능에 손상이나 문제가 생기면 질병으로 간주되어 치료를 요하게 된다.

주요우울증(major depressive disorder)이라 불리는 우울병도 증세의 정도와 기간 그리고 일상 생활 능력의 저하 유무가 병의 위험도를 결정한다. 가령 어느 비 오는 날 아침에 일어나니 기분이 안좋고 우울한 기분이 들어서 직장이나 학교를 쉬었다고 하자. 2~3일 쉬고 나니 기분이 호전되고 체력도 회복해서 다시 직장이나 학교로 갔다면 이것은 우울병이 아니다. 그러나 우울한 기간이 2주 이상 가고 직장이나 학교를 못 가거나 가더라도 성적이 형편 없고 잠을 못 자거나 자살 욕구 등의 증상이 생기는 경우라면 주요 우울증에 걸려있으니 시급한 치료가 필요하다.

정신분열증이나 심한 조울증 마약 과다복용 시에 나타나는 정신증 증세는 워낙 비정상 현상이라 누구에게나 구분이 쉽다. TV에서 내 얘기를 한다거나 환청이 들리고 환각증세로 이상한 형체들이 보이며 기괴한 행동과 언어를 쓰는 경우 이들은 이미 자신의 생각과 바깥 세상일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런 사람은 100명 중 한 두명에 불과하고 대개 응급조치를 받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정신증(psychotic 또는 crazy state)만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것은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단순히 우울한 기분인지 혹은 죽음으로 갈 수도 있는 심한 우울병이나 불안병인지는 전문가의 감별이 필요하다.

힘든 이민생활 중 특히 청소년들 중년이나 노년의 남성들이 자살로 귀한 생명을 잃고 있다. 주위에서 좀 더 관심을 갖고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은 같은 이민자로서 우리 모두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