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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인타운 화장실의 '품격'

구혜영/사회팀 기자

신문이고 TV고 품격타령이다.

잘생긴 장동건이라 이해하는(?) '신사의 품격'부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여자(싸이.강남스타일)'까지 품격만 붙이면 그럴 듯한 말이 된다. 광고 속 품격은 한마디로 비싸다는 뜻이고 품격있어 보인다는 칭찬은 대부분 헤어스타일이나 액세서리 패션 등 겉모습에 대한 평가다. 품격지향적 소비사고로 굳이 설명하자면 청담동 며느리 스타일에 외제차를 몰고 한정판 명품 백을 들며 스타벅스 커피를 마셔줘야 한다. 품성과 인격을 합친 본뜻과는 달리 오늘의 품격은 보여주고 싶어 안달 난 '욕구'가 됐다.

최근 본지는 '격을 높이자'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품격을 지향했다. 특히 화장실을 집중 조명한 이유는 청결이란 기본적 품격을 이루기 위해선 업소와 고객의 쌍방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장 사적인 공간이면서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대중적인 공간인 화장실은 신뢰와 배려 사회적 교양을 점검할 수 있는 바로미터인 셈. LA한인타운의 품격을 높이자는 캠페인은 즉 개개인의 품격을 높이자는 뜻과 상통한다.



화장실에 대한 모두의 생각은 단호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볼 수 있다는 것. 화장실이 불결하면 주방처럼 안 보이는 곳은 더욱 지저분할 거란 확고한 믿음이다. 욕실용품 전문업체 브래들리(Bradley)의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1046명)의 31%는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은 가게에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인들의 반응도 피차일반. 청소 횟수나 쓰레기 처리방식 남녀 공용화장실 식당 주방을 가로질러야만 갈 수 있는 화장실 음침하고 후미진 화장실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화장실 문화도 도마에 올랐다. 자기 집 안방에 있는 화장실이라면 그렇게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일부 업소 관계자들의 말에는 화장실 이용객들의 공중도덕과 주인의식 결여가 짙게 묻어나왔다. 깨끗이 써달라는 '당부의 말씀'이 꼭 필요하다는 것도 부끄러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난 1주일 전부터 실시한 '깨끗한 화장실 사진 공모(hyku@koreadaily.com)'는 저조한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한인사회의 화장실 문화 개선과 한인상권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만들었지만 기획에 호응하고 참여하는 한인이 드문 것이다. 그리고 이 현실은 화장실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흐름을 같이 한다. 상호협력의 부재. 누군가는 "깨끗한 화장실 사진 하나로 뭐가 달라질 수 있느냐?"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어느 누군가에겐 도전이 되고 가르침이 될 수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격이 떨어진다는 말만큼 심한 욕도 없는 것같다.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개성을 잃고 지금껏 쌓아올린 경험과 지혜를 모조리 싸잡아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 보여주고 싶어 형형색색 요란한 패션이 대부분 촌스럽다고 격하되는 것처럼 말이다.

본디 품격은 자리다. 배움으로 얻은 배려가 머무는 자리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화장실 문구가 강남스타일처럼 뇌리에 박히면 좋겠다. 사람이 자리를 만들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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