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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두루미'에게 보내는 박수

[LA중앙일보] 발행 2012/10/23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10/22 18:57

김석하/특집팀 에티터

악조건하에도 힘든 발걸음한 재외국민 애틋한 애국심 '감동' 재외선거 보완입법 나서야
'여우'같은 한국 정치권의 전략이 결국 먹혔다. '두루미'가 된 재외국민은 입맛만 다신 꼴이다. 지난 주말 마감된 재외선거 등록자 수가 전체의 10%에 그쳤다. LA와 뉴욕을 포함해 가장 유권자가 많은 미국은 여기에도 못 미친 불과 5~6% 밖에 되지 않았다.

이솝우화에서 여우는 긴 부리의 두루미를 초대해 놓고 넓은 접시에 고깃국을 대접했다. 선심 쓰듯 뭔가를 내놓은 것 같은데 실상은 좀처럼 먹을 수 없게 한 것이다.

선거가 근본적으로 국민이 쉽고 편하게 투표할 수 있어야 하거늘 그 절차를 매우 복잡하게 하고 수수방관해 온 정치권은 그간 막무가내로 여우짓을 했다. BC 6세기 사람인 이솝이 동물에 빗대서 풍자한 옛날 이야기가 2012년 지금 상황과 딱 떨어진다는 것이 창피하고 한심스럽다.

'접시를 바꿔달라(우편등록.우편투표 도입)'는 두루미의 간곡한 요청을 요리조리 피하며 버텨온 정치권은 오히려 두루미 탓을 하고 있다. 재외선거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론까지 들먹인다. 기가 막힌다. 옴짝달싹 못하게 해놓고 "너네 이 정도밖에 안 돼"라고 역공하는 형국이다.

등록 선거인의 구성을 살펴봐도 재외선거의 절차가 특히 해외거주 유권자에게 얼마나 불리한지 금방 알 수 있다. 등록 구성비를 보면 국외부재자(여행자.유학생)가 80%를 넘고 재외선거인(영주권자)은 19%를 조금 웃돈다. 국외부재자는 등록을 우편으로 할 수 있는 반면 최근 이메일 등록이 도입됐지만 대부분 재외선거인은 등록과 투표 모두 직접 공관에 나와야 한다. 이렇다 보니 재외선거인은 애초부터 모든 것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았고 그게 현실화된 것이 이번 결과다. 재외선거가 해외 자국민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참정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는 점을 상기하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예상은 했다. '해외 표'에 영향받기 싫은 한국 정치권이 구조적인 모순을 조장해 놓고 그로 인한 문제는 해외한인들의 무관심인 것처럼 떠넘기겠다는 간교한 의도가 곳곳에서 포착돼 왔다. 2006년 해외참정권 법안 통과 이래 미국을 방문하는 정치권 인사들은 '공식처럼' 자신들의 숨은 의도를 실현하고 있다. 우선 소속 정당과 자신이 재외선거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이야기하고 '장밋빛' 대안으로 립서비스를 한다. 중간중간 재외선거시 동포사회 분열 및 부정선거를 걱정하는 척한다. 그리고는 한인들의 요구 사항을 당 지도부에 전달하겠다며 굿바이하고는 땡이다.

때론 가증스런 허세도 부린다. 지난 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공관장과 선거관을 등록률이 저조하다며 추궁하기도 했다. 사실 외교부와 선관위는 재외참정권이 통과된 직후 투표율 저조를 우려하면서 국회 측에 우편투표를 해야한다고 권했던 사람들이다. 적반하장.

앞으로는 정치권 인사가 방문하면 반드시 우편등록.우편투표를 지지하느냐고 따져 물어 기록에 남겨야 한다. Yes No로 명확히 대답하라고 직격탄을 날려야 한다. 우물거리는 인사에게는 "미국엔 왜 오셨냐"고 면박을 줘야 한다. 혹시 식사를 같이 하게 되면 음식은 호리병에 담아서 내라. 두루미의 복수.

악조건에서도 미국 내에서 5만 명에 가까운 재외국민이 등록을 했다. 감동적인 수치다. 세상살이가 어렵고 개스비까지 치솟는 작금에 시간을 쪼개고 각종 서류를 챙겨 멀리 운전을 해가며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분명 뜨거운 애국심이다. 당연히 정치권은 현실을 반영한 보완 입법에 나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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