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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한국 대선이 심드렁한 이유

이종호/논설위원

내일이면 또 10.26이다. 1979년이었으니 벌써 33년이 흘렀다. 그 긴 세월에도 박정희는 여전히 한국인의 마음 속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한국정치 역시 아직도 그의 그늘 아래서 맴돈다.

많은 이들이 박정희 향수를 얘기한다. 대선 후보 박근혜의 인기는 많은 부분 여기에 근거한다. 박정희 시대의 '빛나는 리더십'을 그의 딸이 재현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인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도 있다. 60~70년대를 압제와 폭거의 시대로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박정희는 지우고 싶은 역사다. 또한 박근혜는 어쩔 수 없이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트라우마다. 박근혜 인기의 한계도 그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14명이 모인 어떤 모임에 참석했었다. 자연스럽게 한국 대선 얘기가 나왔다. 치열한 3파전을 얘기하며 누가 될 것 같으냐는 쪽으로 화제가 모아졌다. 뜻밖에도 반응들이 심드렁했다. 딱히 찍고 싶은 후보가 없다며 기권하겠다는 이들이 반이 넘었다. 이유를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다.

박근혜. 일단 그가 독재자의 딸이었다는 것과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 온 것은 별개라고 하자. 그래도 그의 정책과 비전은 여전히 모호하다.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고 권위적 태도나 소통 불능도 싫다. 가장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은 그를 둘러싼 구태의연한 인물들이다. 도대체 그런 사람들을 불러 모아 무얼 하겠다는 것인지.



문재인. 하루 아침에 제1 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신데렐라다. 하지만 그는 노무현의 그림자라는 것 말고는 봐 줄 게 없다. 판단하고 평가할 기준도 찾기 어렵다. 그의 후보 지명도 한국 정당의 취약함과 치졸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도지사를 하고 국회의원을 하고 당 대표를 하면서 아무리 경륜을 쌓은 사람도 '바람' 앞에서는 무용지물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기 때문이다.

안철수. 이제껏 정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그는 정치인이라기보다 연예인에 가깝다. 한마디로 미디어가 만들어낸 영웅이다.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를 인기투표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있는 것도 맘에 들지 않는다. 적당한 이력에 인기 관리만 잘 하면 누구나 대통령을 꿈꿀 수 있다는 것 아마 이것이 안철수의 가장 큰 공헌일지도 모르겠다.

종합하면 뽑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14명 모임에서 나온 얘기들이었지만 다른 한인들의 정서도 이와 크게 다른 것 같진 않다. 주변에서 듣는 얘기도 비슷하고 신문사로 보내오는 독자투고도 행간엔 이런 의견들이 많이 스며있다.

지난 주말 마감된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률이 가까스로 10%를 넘었다. 미주 지역은 6%가 채 못 됐다. 어떻게 쟁취한 재외선거인데 이렇게 관심이 낮은가 우려들이 많다. 하지만 불완전한 제도 탓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깜냥 안 되는 이들이 도토리 키재기 하고 있다고 여기는 냉소주의 누가 된들 뭐가 그리 달라지겠느냐는 자포자기가 투표 외면의 더 큰 요인일지도 모르겠다.

늘 그래왔듯이 선거는 '쇼'다. 그것도 품위 있는 토크쇼나 흥미로운 버라이어티쇼가 아니라 '난리블루스 생쇼'다. 음해와 폭로 꼬투리 잡기와 말싸움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미 수십년을 보아 왔다. 그래도 피해는 늘 유권자들의 몫이었다. 그들의 이전투구에 놀아나며 이미지에만 미혹돼 최선인 줄 알고 찍었는데 결과는 최악이었던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또 다시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따. 뽑을 사람 없다는 넋두리가 능사는 아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최악의 선택만은 막아야 한다.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투표는 해야 하는 이유다.

참고로 그날 모임에서도 기권 불허의 모의투표를 해 봤다. 결과는 '박 5 문 5 안 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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