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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세 후보의 꿈, 김구 선생의 꿈

부소현/JTBC 특파원·차장

선거철이다. 미국은 11월 6일 한국은 12월 19일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몸은 미국에 있지만 한국 대선에 더 마음이 쓰이는 건 기자 뿐만은 아니다.

후반으로 접어든 한국의 선거전은 치열하다. 정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번 대선 후보들의 단면만으로 선거가 박빙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3인 3색. 경합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 각자의 색깔은 눈에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다르다. 그래서 더 어렵다. 같은 종류의 옷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보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옷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입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경험과 비슷하다. 선택에 따른 결과가 판이하게 다를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딸 민권 변호사 IT수재. 각 후보를 대변해 주는 수식어도 상이하다. 이들이 만약 어린 시절 같은 학교를 다녔다면 절대 친구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 장담한다. 취미도 관심사도 이상도 달랐을 이들이 함께 어울려 있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어색하다. 따로 떼어놓고 각자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함께 경쟁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현재 같은 꿈을 좇아 인생을 건 숨가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세 후보는 이력도 다르고 하루가 다르게 쏟아내는 공약도 다르다. 그러나 결전의 날을 두달여 앞두고 쏟아내는 말 중에는 두개의 공통어가 있다. 힘과 돈 국력과 경제에 대한 약속이다. 다른 나라를 누를 만한 힘과 남이 얕보지 못할 만큼 경제를 키우겠다는 뜻은 일치한다.



수없이 침략 당해온 역사를 돌아보고 한국전쟁 이후 지긋지긋하게 겪은 가난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말이다. 기자 역시 어떤 후보가 대한민국에 더 힘을 실어줄지 누가 더 부유한 나라를 만들지를 두고 후보들을 저울질 했다.

그러나 최근 김구 선생의 글을 읽고 크게 반성했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 중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의 첫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나라를 잃고 끼니 걱정에 목숨까지 내놓고 싸워야 했던 위태로운 시대를 살면서도 김구 선생은 조국의 미래에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을 행복하게 할 아름다운 나라를 꿈꿨다.

모든 선거가 그랬듯 이번 대선도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바쁘다. 어쩌면 서로 경쟁자를 한방에 보낼 비장의 카드를 숨기고 있을지 모른다. 상대를 누르고 힘과 돈을 앞세우는 후보가 아니라 표절이라도 그 옛날 김구 선생의 말씀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참신한 지도자가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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