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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내가 생각하는 중산층

오세현·경제팀 차장

"80세까지는 일해야 편안한 은퇴를 맞이할 것 같다." 미국 중산층의 30%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난 24일 한 경제전문지가 중산층 성인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다.

하루 하루 일하며 버티기도 힘든데 80세까지 일을 해야 한다니. 좀 더 속을 들여다 보니 정작 은퇴준비라기보다 매달 갚아야 하는 청구서 때문이란다. 쇼핑을 줄이고 새 차로 바꾸고 싶은 마음도 꾹꾹 누르고 다달이 지불해야 하는 페이먼트를 최대한 줄여보면 해결이 될까?

최근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도 눈길을 끈다. 미국인 성인 2508명에게 물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응답자의 86%(복수 응답)가 '안정된 직장'이라고 답했다. 건강보험(66%) 내집 소유(37%) 대학교육(37%) 투자(28%)가 그 뒤를 따랐다. 20년 전에도 같은 내용으로 조사를 했었다. 그 때의 대답은 내집 소유가 70%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두 대 이상 승용차 소유(48%) 대학 교육(46%) 증시 등 투자(41%) 사무직(33%)등의 순이었다.



중산층의 기준이 궁금해졌다. 네이버 사전은 중산층(中産層)을 '재산의 소유 정도가 유산계급과 무산계급의 중간에 놓인 계급'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언뜻 와 닿지가 않는다. 어떤 신문의 한국 중산층의 기준이 훨씬 더 구체적이다. '4년제 대학 졸업 후 10여년을 한 직장을 다니고 월 소득은 400만원은 돼야 하며 30평 이상 아파트에 살고 2000cc 이상 중형차를 타야 한다.'

역시 경제적 요소가 강조된 기준이다. 중산층은 이렇게 물질적인 측면으로만 구분되어야 할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선진국에선 중산층을 규정하는 기준이 우리와는 완전히 달랐다.

먼저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중산층 정의다. "중산층이란 페어플레이를 하며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독선적이진 않고 약자편에 서서 강자에 대응하며 불의와 불평과 불법에는 의연히 대처하는 사람들이다."

프랑스의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이 말한 중산층도 흥미롭다. "외국어 하나는 자유롭게 구사해 폭넓은 세계 경험을 하고 스포츠를 즐기거나 악기 하나 쯤은 연주할 줄 알아야 하며 특별한 요리 하나는 만들어 대접할 줄 알아야 하고 사회 정의가 흔들릴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설 줄 아는 사람이 중산층이다."

물론 이런 중산층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중산층은 우리가 이해하는 중산층과는 분명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은 돈이 아닌 삶의 태도와 자세다.

물질에 대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렇게 갖고 싶던 차와 집이었지만 막상 그것을 소유하게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시들해지고 다시 새로운 것을 갈구한다. 그렇게 달려가는 끝은 어디일까.

누구나 중산층 이상의 삶을 원한다. 그러나 물질로만 채워지는 중산층이 아니라 내면의 풍요로움까지 수반된 중산층을 지향할 수는 없을까. 비록 소유가 넉넉하지 않더라도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 때론 정신적 성숙도 추구하며 현재의 삶을 즐길 줄 아는 낭만 이런 것이 진정한 중산층을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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