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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오바마와 롬니의 슬로건을 아세요?

안유회 편집국 코디네이터

토론회 재미에 밀리고
허리케인 샌디에 묻히며
비전과 정책은 실종돼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1차 대선토론을 벌였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놀랐다(혹은 실망했다). 오바마는 4년전 오바마가 아니었다. 4년전 그는 새롭고 열정적이고 자신에 넘쳤다. 또 그걸 사람들에게 퍼트렸다. 적어도 지지자들에게 그는 그랬다. 반대자들도 그가 '잘 한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그의 슬로건 '희망과 변화 (Hope and Change)'는 그의 말과 몸에 체현된 듯했다. 4년 뒤 첫 토론. 그는 좀 지쳐보였다. 그래서 그가 외친 '희망과 변화'가 지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오바마가 못 한 덕도 있지만 롬니는 잘 했다. 이길 만 했다. 다음 날 언론은 일제히 롬니의 토론 승리를 선언했다.

그 다음 이슈는 '2차 토론에서 누가 승리할까'였다. 오바마 판정승. 다음 이슈는 '3차 토론회 결과가 대선을 좌우한다'였다. 오바마 판정승.

토론회가 열리기 전 대선은 정책과 비전의 대결이 될 것처럼 보였다. 그 때까지 가장 중요한 이슈로는 경제와 대외정책이 꼽혔다. 오바마 측은 경제에서는 은행의 체질강화와 자동차 산업의 회복을 대외정책에서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철군 일정 확정을 내세울 만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 후보 말처럼 "오사마 빈 라덴은 죽었고 GM은 살아났다."



롬니 측은 오바마가 잘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롬니라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3번에 걸쳐 돈을 풀었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실업률은 안정되지 않았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정책은 복지와 세금이다. 민주당은 사회복지 제도를 유지하고 상위 1%의 세금을 늘리려 한다. 공화당은 고소득자 세금 인상에 반대하고 복지예산을 줄이려 한다.

대선이 미래 청사진의 거대한 토론장이고 이를 통해 시민적 합의를 끌어낸다는 것이 너무 이상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 토론회는 너무 누가 이겼느냐에 집중됐다. 정책과 비전을 평가하고 토론하는 것보다는 3차전짜리 월드 시리즈로 바뀌었다.

토론회가 끝나자 다시 이슈는 정책과 비전이 아닌 허리케인 샌디로 넘어갔다. 샌디가 모든 이슈를 삼켰다. 오바마는 위기관리와 리더십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다시 승리했다.

대선 막판. 여러 여론 조사에서 오바마는 승부처로 꼽히는 주요 경합주에서 오차범위 안이기는 하지만 롬니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오바마 공격수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도 지난 1일 "허리케인이 아니었다면 롬니가 됐을 것"이라고 털어 놓았다. 2일에는 마지막 변수로 꼽히던 실업률이 7.9%로 나오면서 오바마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오바마는 토론회 악몽 이후 초박빙이던 판세를 샌디 이후 근소한 우세로 반전시켰다.

그리고 남은 며칠. 정책과 비전을 설명하기엔 시간이 짧다. 결국 네거티브가 득세하고 있다. 오바마는 롬니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약간 치장하고 큰 변화인 것처럼 속여 팔고 있다며 "롬니는 훌륭한 세일즈맨"이라고 공격했다. 롬니도 "오바마의 선거 슬로건이 '전진(forward)'이라는데 '사전경고(forewarned)'가 더 나을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한데 오바마의 슬로건 '전진'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르지 않는 것 같다. 롬니의 슬로건 '미국을 믿습니다(believe in America)'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막판에 오바마와 롬니 모두 '변화'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이건 4년전 오바마의 슬로건이었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번 대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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