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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미트 롬니의 편지

김동필/S&P팀장

우선 제게 표를 주셨던 유권자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려야 할 것같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현직 대통령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라는 주요 경합지역의 패배가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완패는 아니라고 봅니다. 비록 개표 중반 이미 승부가 갈렸고 선거인단 수에서 큰 차이(오바마 303명 롬니 206명)가 나는 바람에 흥행성은 떨어졌지만 전체 득표율 차이는 2%포인트(오바마 50% 롬니 48%)에 불과합니다. 득표 수로는 제가 5820만여 표 오바마 대통령이 6121만여 표(9일 기준)를 얻어 300만여 표의 차이가 납니다.

선거 다음 날 부터 패인에 대한 분석들이 쏟아지더군요. 그중 몇 가지 공통적인 사항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우선 유권자 지형도 변화에 대한 인식 부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습니다. 이민자 사회 그중에서도 라티노 유권자 급증에 주목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현안인 이민개혁법에 공화당이 부정적이다 보니 큰 표밭을 잃었다는 것이지요.



경제 문제 이슈를 선점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의 문제를 전임 부시 대통령의 유산으로 돌릴 때 그에 대한 대응논리가 없었고 파산위기의 자동차 산업을 구한 것처럼 주장할 때 '납세자의 돈으로 한 것일 뿐'이라고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역사상 최장이라는 불경기에도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들에게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오바마가 재선되면 세금인상과 규제강화가 뻔해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지 못한 실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지상전의 실패입니다. 약자층의 다양한 요구를 공약에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오바마 대통령은 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 때문에 미혼모 동성애자 등 많은 사회적 소수층이 투표소로 향했고 오바마에게 표를 던졌다고 합니다. 일부 공화당 의원의 여성비하성 발언 악재도 터졌습니다.

선거 직전에 불어닥친 대형 허리케인 '샌디'도 제 편이 아니었습니다. 재해 현장을 찾아 신속한 복구를 독려하며 믿을만한 지도자 이미지를 심어줬습니다. 오바마의 리더십을 칭찬하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까지 나타날 정도였습니다. 당시 뉴스의 포커스는 선거가 아닌 '샌디'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참 운이 좋은 사람 같습니다. 지난 2008년 대선 당시에도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에게 뒤지다 금융위기 사태가 불거지면서 지지율 역전현상이 벌어졌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실하게 깨지 못한 점입니다. 억만장자임에도 소득세는 적게 내고 있다는 비난 말입니다. 제가 공화당 후보로 결정되자마자 오바마 캠프에서는 이 점을 집중 부각시켰습니다. 지금에야 얘기지만 오바마 캠프에서는 이미 공화당 전당대회 이전 이에 대한 홍보비용으로 2억달러나 지출했다고 합니다.

이제 긴 레이스는 끝이 났습니다. 선거캠프의 참모들도 모두 짐을 챙겨 떠났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2기는 그의 구호처럼 미국이 여러 면에서 '전진(forward)'했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저에게 표를 던졌던 48%의 요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참 한달 후에는 한국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한국의 대선 후보들에게도 제 실패담이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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