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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승리보다 더 빛나는 패배

[LA중앙일보] 발행 2012/11/21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11/20 16:37

김완신/논설실장

오바마 정책 헐뜯는 롬니 변명에 비난 쇄도 국가 미래 먼저 생각해야
선거에 출마했던 정치인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패배했을 때 깨끗이 승복하지 않는 것이다. 선거 결과의 부당함을 주장해도 결국은 변명이 되고 승패의 결과도 바뀌지 않는다. 스스로를 낮추고 깎아내리는 행위다.

미국선거에서 패자의 승복은 전통이다. 160여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에 졌던 스티븐 더글러스 후보는 '정당에 대한 충성심이 애국심을 앞설 수 없다'며 선거승패 보다 국가를 우선했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는 전체투표는 승리했으나 선거인단에서 조지 W. 부시에 뒤져 백악관의 꿈이 아쉽게 좌절됐다. 특히 결정적으로 패배를 안겨준 플로리다 재검표 사태는 수긍하지 힘들었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했다.

고어는 승복연설에서 "대법원의 판결에 동의할 수 없지만 받아들이겠다"며 "국민의 단합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패배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인정하기 어려운 승자였던 부시 대통령에게도 존경 표시와 함께 협력을 약속했다.

2008년 오바마와 대결해 패했던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도 캠페인 지지자들을 향해 '선거에 진 사람은 여러분이 아니라 나'라며 대선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렸다.

최근 미트 롬니 후보가 자신의 낙선을 오바마 대통령의 선심 공세 탓으로 돌리면서 지탄을 받고 있다. 오바마 승리의 원인은 청년층과 흑인 히스패닉 등 특정집단에게 정책 선물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표를 얻기 위해 오바마는 선물공세에 나섰지만 롬니 자신은 군사 외교 경제 일자리 창출 등의 중요 문제에 치중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승복연설에서 오바마의 승리를 축하하면서 패배를 인정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결국 선거패배가 자신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오바마의 탓이라는 것이다.

롬니의 발언에 공화당에서도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테리 브랜스태드 아이오아 주지사(공화당)는 "오바마를 비난하는 롬니의 변명은 옳지 않다"며 "변명거리를 찾을 때가 아니라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그냥 떠나라(Just go away)'라는 제목의 기사로 롬니의 변명을 일축했다.

현재 미국은 '재정 절벽'의 위기에 처해 있다. 민주와 공화의 초당적 협력이 없으면 복지예산 지출삭감과 감세종료에 따른 세금부담으로 경제는 더 어려워 지게 된다. 실업률은 높아지고 성장률도 뒷걸음질 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트 롬니의 변명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도 치열한 진흙탕 싸움의 연속이다. 후보들간의 편가르기와 기싸움만 있고 국가대계를 위한 정책대결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가의 장래를 염려하는 협력과 상생의 정치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패배는 영광스럽지도 않고 패배를 원하는 사람도 없다. 작가 생텍쥐페리도 '패배는 무력하고 기운을 빠지게 하며 아무 것에도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패배도 있다. 패자가 승자에게 보내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축하는 승리의 영광보다도 더 빛이 난다.

앨 고어는 선거과정에서 유감스러운 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후회는 없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힘들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4년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2년 전 고어는 깎아지른 '절벽'에 위태롭게 서 있는 오늘의 미국에 던지는 경구같은 당부를 했다.

"이제는 당파적 싸움을 그치고 우리 모두의 위대한 나라 미국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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