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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선거는 산수다

[LA중앙일보] 발행 2012/12/03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2/12/02 18:38

안유회 / 편집국 코디네이터

정치인은 표 없인 안움직여
대선에서 투표율 높아야
우편투표 필요성 주장 가능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초반에 노르망디 상륙 장면을 처연하게 펼친다. 상륙정을 타고 노르망디 해안으로 접근하는 미 육군 제2 특전대대 C중대. 해안에는 독일군이 기관총을 겨냥하고 기다리고 있다.

상륙정 문이 열리기 전에 마이크 호바스 중사는 부대원들에게 외친다. "해안에 상륙하면 넓게 퍼져라. 5명이 모여 있으면 군침 도는 목표물이다. 1명은 총알 낭비다." 독일군은 여러 명이 모인 타겟에 사격을 집중하고 홀로 있는 타겟에 신경 쓸 틈이 없을테니 상륙과 동시에 산개하라는 뜻이다.

무리에게 화력을 집중하는 것은 군인들만이 아니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은 표에 살고 표에 죽는다. 본능적인 후각으로 표를 가진 사람(유권자)을 찾아낸다. 많이 모인 곳엔 자주 가고 적게 모인 곳엔 적게 간다. 표가 없는 곳엔 안 간다. 총알 낭비이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는 최종적으로 산수다.

재외동포에게 투표권을 준 것은 대의명분이다. 그 다음 실질적으로 투표권을 얼마나 용이하게 행사할 수 있느냐는 절차와 규정에 달려있다. 사실 한인들이 투표권을 다시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역사적 의미' 이후의 과정은 표를 더하고 빼는 지리한 산수의 과정이었다.

정치인들에게 새로운 표는 솔깃하지만 불확실성은 두렵다. 저 표가 내 표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은데 그 수가 갑자기 불어나는 게 무섭지 않을 수 없다.

그 산수에서 재외동포 홀대론이 나왔다. 이 넓은 땅에 고작 투표소 몇 개 설치하고…등록하러 가고 투표하러 가고…우편투표하면 좋은데…하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오죽하면 우리끼리 '투표 버스'를 운행하자는 말이 나올까.

지금까지 한인들은 산수에서 밀렸다. 지난 총선은 재외선거 유권자 223만여 명에서 12만3000여 명이 등록하고 6만2752명이 투표했다는 숫자로 남았다. 이후 재외선거 무용론과 예산 낭비론이 튀어나왔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해외에 나오지 않았다. 후보 캠프마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한인이 많은 국가를 순방하는 안이 나왔지만 일정을 이유로 모두 취소했다고 한다. "지난 총선에 참여한 재외국민투표 유권자가 10만 명도 안 된 것"이 큰 이유였다. 대선 투표자 수도 비슷하다고 추정하면 초박빙 선거라 해도 해외표가 대선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인들로선 억울하기도 하다. 선거 벽보도 유세도 홍보도 제한되는 건 그렇다 치자. 해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해외에서도 한국과 똑같은 방식으로 선거를 치룰 수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후보 TV토론이 재외동포 투표일인 12월 5~10일과 겹친 4.10.16일에 열리는 상황은 지나쳤다. 선거운동은 못 해도 TV토론은 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산수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해도 처음이라 서툴다 해도 이것까지 이해하라는 것은 무리다.

대선이 끝나면 다시 해외 투표 무용론과 예산 낭비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더욱 투표를 해야 된다. 아무리 적은 숫자라도 숫자로 시작해 숫자로 끝나는 선거에서는 투표를 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 유권자로 등록한 재외국민은 22만2389명이다. 이중 될수록 많은 이들이 투표를 해야 한다.

대선이 끝나면 어느 시점이든 우편투표는 재외 투표의 최대 쟁점으로 다시 떠오를 것이다. 이 때 내세울 수 있는 숫자는 높은 투표율 뿐이다. '투표율을 봐라. 투표하기 불편한 제도가 문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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