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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조령모개와 뉴 노멀

모니카 류/암 방사선과 전문의

나는 공개적으로 '뉴 노멀(New Normal)'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에 도달해 있다. 의사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동료들과 함께 젊음을 보내온 의료 그룹에서 은퇴하는 시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나와 내 환자들의 이야기를 더 하기 전에 '뉴 노멀'이라는 말에 포커스를 잠깐 맞추어 본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또 변화가 요구되는 지금의 미국 사회가 뉴 노멀이라는 변수를 더 자주 내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뉴 노멀이라는 말을 직역해 본다면 '새로운 정상치'라고 할 수 있다. 변해가는 환경 그래서 변하고 있는 새로운 처지를 정상으로 여기고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거꾸로 과거에는 정상으로 당연시되던 일들이 새로운 국면에서는 더 이상 정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기도 한다. 새로운 국면이란 대부분은 하향 조정된 상황이 많다.

어떤 점에서는 조령모개(朝令暮改) 또는 조변석개(朝變夕改)라는 사자성어와 흡사하다. 이 두 사자성어는 아침에 내린 명령 또는 결정을 저녁에 바꾼다는 뜻으로 우유부단한 정치나 행위를 꼬집는 말이다. 나쁜 뜻으로 쓰이던 이 단어는 현대의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적응의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세웠던 계획이 잘 맞춰지지 않았을 때 빨리 대책을 마련해 계획을 다시 세우고 이행해 나갈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것은 어렵고 지혜와 용단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1차 세계대전 후 대선을 치르면서 '노멀시(normalcy 정상 또는 정상도)'라는 말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당시는 경제적 생활고가 여러 사회문제를 일으일 때였다. 공화당 주자였고 2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워렌 하딩은 미국을 다시 대전 이전처럼 돌리겠다는 뜻으로 이 말을 내세워 캠페인을 펼쳤다. 참담한 대공황은 그 후 8년 후에 왔고 하딩 대통령은 미국을 '정상화'시키지 못하고 임기를 마치기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뉴 노멀이라는 말은 경제 뿐 아니라 게이 커플을 주제로 방영되고 있는 TV시리즈 덕분에 더 실감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다시 개인적인 이야기로 돌아간다. 나의 은퇴와 내 환자들이 겪어 가는 항암의 길이야 말로 '뉴 노멀'이 아닐까 싶다.

발암 직전까지 건강하게 아픔을 모르고 살아왔던 환자들은 이제 그들이 당면한 병고와 싸워야 한다. 충격적인 암 발병 소식 이전에 체험해 보지 못해 더욱 무서운 수술의 공포 방사선과 항암치료로 인한 부작용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 환자들을 새로운 환경으로 몰아 넣는다. 그러나 우리의 몸과 마음은 경이롭게도 잘 견디고 회복된다. 그래서 뉴 노멀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격려하는 것이 의사들이 하는 일상의 일부이다.

나의 뉴 노멀로의 진입은 다른 10명과 함께 엄숙하게 선포되다시피 했다. 우선 파트너십 미팅에서 내가 걸어온 전문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과분한 칭송(?)과 나의 간단한 답례 연설로 시작되었다. 다음은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 파티에서의 축하였는데 여기서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조명되며 슬라이드 쇼로 보여졌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 모두가 접하는 '뉴 노멀'의 연속이 우리의 삶이라면 고통도 긴 안목으로 보면 길지 않다. 조령모개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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