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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 20] '우리 마을에 악마가 찾아왔다'

김완신/논설실장

모든 생명은 소중하지만 어린이들이 사건으로 희생되면 어른에 비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무고하게 죽음을 당하고 가해자는 성인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희생자를 가져온 사건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죽은 자에 대한 애도이고 다른 하나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다. 특히 희생자가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라면 애도의 감정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 14일 코네티컷주 샌디훅초등학교 총기난사로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 5~10세 어린이가 20명이다. 초등생 참사에 미국 전역은 슬픔에 잠겼다. 백악관에 조기가 게양됐고 오바마 대통령도 '천사같은 아이들의 죽음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코네티컷주 댄널 말로이 주지사는 '오늘 우리 마을에 악마가 찾아왔다(Evil visited this community today)'며 슬픔을 삼켰다. 은유적 애도가 직설보다 비통함을 더했다.



사건의 가해자는 정신상태가 불안정했던 20대의 청년이었고 범행 직후 자살했다. 그러나 '총기'라는 오래된 논란의 '공범'은 여전히 남아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건 직후 기자회견에서 총기규제를 위한 '의미있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의미있는 행동'이 아니라 총기규제 법안을 의회에 보내는 '즉각적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 시절 효력이 중단된 공격용 무기 판매중지법의 부활을 지지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임기 중에 논의가 되지 못했고 올해 대선에서도 이슈가 되지 않았다.

총기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2007년 32명의 사망자를 가져온 조승희의 버지니아텍 사건과 2011년 6명이 숨진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을 겨냥한 총격사건이 발생했을 때 총기소유 제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에서 총기규제에 대한 입법이 활발하게 추진돼 왔으나 그때마다 수정헌법 2조가 걸림돌이 됐다. 1791년 제정된 수정헌법 2조에는 '잘 훈련된 민병은 자유로운 주의 안전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수정헌법뿐이 아니다. 상당수의 미국민들도 총기의 개인소유를 지지한다. 자위적인 방어수단으로써의 총기 소유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총기규제가 범죄를 줄이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내 가장 강력한 비영리 압력단체인 전국총기협회(NRA)는 총기소유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연방의원을 대상으로 한 압력단체 영향력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총기를 옹호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로비를 펼치면서 총기규제 법안 통과를 막는다. 특히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영화배우 찰톤 헤스톤이 회장을 맡아 회원수를 350만명까지 늘리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캘리포니아) 등 민주당에서 이번 참사를 계기로 총기규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수정헌법과 압력단체 로비 등으로 성사는 불투명하다.

찰톤 헤스톤은 '싸늘하게 시체가 된 나의 손에서만 총기를 빼앗아 갈 수 있다'고 했지만 2008년 사망한 후에도 총은 여전히 그의 손에 쥐어져 있다. 이제 그에게서 총을 가져와야 할 때다. 만약 총기를 가져올 수 없다면 최소한 천사같은 아이들이 총구 앞에서 스러져가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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