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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5년 뒤에 다시 울지 않으려면

이종호/논설위원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대한민국은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잃었다. 왕조시대와 비교하는 것이 무리이긴 하지만 어쨌든 신라시대 선덕-진덕-진성여왕 이후 1115년 만에 다시 여성이 최고 지도가 됐다.

예상 밖의 높은 투표율로 직선제 이후 첫 과반 득표 대통령이 탄생한 것도 의미가 크지만 그를 원치 않는 국민이 절반 가까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지역과 정당 사상과 이념 세대와 계층으로 갈라진 민심도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이제 승자와 패자는 정해졌다. 1년이 넘도록 편 갈라 싸웠던 사람들도 이젠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됐다. 그동안 서로를 너무 아프게 찌르고 할퀴고 베었다. 이긴 쪽이든 진 쪽이든 그 상처가 아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어루만지고 보듬어야 한다. 이긴 쪽은 승리의 축배에 취하기보다 진 자의 상실감과 허탈함을 헤아려야 한다. 진 쪽은 절치부심 와신상담 칼을 갈기보다 이긴 자의 기쁨에 박수쳐 주고 다음을 도모하는 인내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좀 더 성숙해지는 길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갈 공산도 적지 않다. 이긴 쪽은 우쭐댈 것이고 진 쪽은 빈정거릴 것이다. 그런 모습 정말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우리의 오랜 습성이 하루 아침에 달라질지는 의문이다.



우선 염려스러운 것은 이긴 자들의 분별없는 샴페인 터트리기다. 특히 목소리 컸던 사람 얼굴 팔았던 사람 재주 팔았던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공을 내세우기 바쁠 것이다. 솔직히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그보다는 논공행상 따지며 설쳐댈 작자들의 꼴을 어떻게 보나 하는 걱정이 더 앞선다.

패자 쪽에 섰던 사람들도 우려되긴 마찬가지다. 그들은 온라인에 강했다. 포털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그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투표를 독려하고 지지 후보를 조금이라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상대 후보를 흠집 내고 깎아내리는 것이라면 아무리 하찮은 얘기라도 죄다 퍼 날랐다. 인터넷만 보면 박근혜 후보는 도대체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결과는 반대로 나왔으니 그들의 낭패 좌절감이 얼마나 클까.

진보논객 진중권은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이렇게 말했다. "안타깝지만 어쩌겠나. 국민의 선택인 것을." 나는 이 한마디가 야당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 모두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깨끗한 승복이다. 이젠 더 이상 사사건건 뒷다리 잡고 일마다 궁시렁거리는 한풀이로 향후 5년을 보내지는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박근혜가 되어선 안 될 이유를 설파하고 그렇게 새 시대 새 정치를 염원했다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것도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순진해서 뭘 몰라서 그랬다며 다른 사람들을 폄하하지 말자. 내 생각이 옳고 내 판단이 바른 것이라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도 나만큼 생각이 있고 보는 눈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것이 이번에 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5년 뒤 또 다시 울지 않을 최선의 비결이자 처신이라고 나는 믿는다.

박근혜 당선자 앞에 놓인 길은 험하고 멀다. 그가 51.6% 득표로 사상 처음 과반 지지의 대통령이 됐다고는 하지만 그의 언행이 모두 옳았던 것도 아니다. 얕은 역사인식 보수 기득권에 경도된 의식 수준은 여전히 박 당선자의 아킬레스건이 될지 모른다. 그가 선거기간 내내 간절하게 외쳤던 '소통과 통합'의 약속을 얼마나 제대로 실천하는가가 새삼 중요해 지는 이유다. 모쪼록 새 대통령의 성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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