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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총은 총으로 막아야 한다는 발상

[LA중앙일보] 발행 2012/12/31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2/12/30 16:17

안유회/편집국 코디네이터

참사 후 수세 몰린 총기협회 '무장요원 학교 배치' 주장 총기규제 여론 정면돌파 나서
누군가 총을 들고 나타나 쏜다. 총기규제 여론이 인다. 총기소지는 헌법이 규정한 권리라는 반론이 나온다. 얼마 되지 않아 총기규제 여론은 사그러든다. 사건은 기억에서 사라진다. 총기사고의 기승전결은 거의 예외 없이 이 패턴을 반복한다.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은 이 패턴을 벗어나는 듯했다. 어린 학생 20명이 무차별 살해됐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눈물을 보이며 '의미있는 행동'에 나서겠다고 약속했고 정부기관은 조기를 걸었다. 국가적 참사였다.

애도 분위기 속에 총기규제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사건 발생일과 다음날인 이달 14~15일 전국의 성인 6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54%가 총기규제 강화법을 지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여기에는 2004년 효력이 중단됐던 공격용 총기금지법의 부활이 포함되었다. 민주당은 강화된 총기 관련 법안 발의를 약속했고 미국총기협회(NRA) 회원인 의원도 동참의 뜻을 밝혔다. 연예인들도 총기규제 캠페인 영상을 제작했다.

시선은 강력한 로비력을 자랑하는 NRA의 대응에 모였다. 침묵으로 일관하며 우선 소나기를 피하는 전략을 펴는 듯했던 NRA는 사건 발생 4일 만에 "끔찍하고 무분별한 살상 소식에 충격과 슬픔 비통함을 느낀다"는 애도성명을 발표했다.

완전한 반전은 21일 일어났다. NRA가 전국의 모든 학교에 무장 경찰관이나 보안요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웨인 라피에르 NRA부회장은 "총을 가진 나쁜 사람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총을 가진 좋은 사람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하면 총기소지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2조의 뒤로 숨던 이전의 패턴과 완전히 달랐다. 어린이 20명 사망이라는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며 '최선의 공격은 최선의 방어' 전략을 택한 것처럼 보였다.

당장 NRA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국가가 직면한 위기를 수치스럽게 회피하려는 것"(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가장 역겹고 말도 안 되는 발표"(코네티컷주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 당선자) 등 강력한 반발이 꼬리를 물었다. 이런 반발은 오히려 NRA의 방어적 공격 전략이 성공했음을 보여줬다.

반발이 크면 클수록 비난이 거세면 거셀수록 논란은 총기규제에서 무장요원 학교배치를 둘러싼 찬반논쟁으로 더 빨리 옮겨간다. NRA는 예상치 못했던 강공책으로 '주제 바꾸기'에 성공했다. 이미 샌디훅 참사 이후 총기규제에 집중됐던 이목은 무장요원 배치로 옮겨가고 있다. 총기규제 옹호론자들은 규제는 고사하고 무장요원 배치 저지에 힘을 소진해야 될 판이다.

여론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27일 갤럽 발표에 따르면 미국민의 54가 "NRA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사건 이후 위축된 모습을 보였던 총기산업은 이달 말에는 판매 급등세로 돌아섰다. 공격용 총은 재고 부족으로 가격이 900달러선에서 2000달러선으로 뛰었다.

무장요원 학교배치 주장은 처음엔 시선 돌리기용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금으로 봐선 정말로 유사한 제도가 생길 수도 있는 분위기다. CNN에 따르면 NRA는 이를 논의할 전문가 패널 구성 등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NRA 방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교사가 무장하는 안도 나왔다. 유타주에서는 실제로 교사를 대상으로 총기사용 교육을 했다.

샌디훅 참사의 결말이 묘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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