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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멈추어야 기본이 보인다

백정환·사회팀 기자

세계최대 가전박람회인 '세스(CES) 2013'이 이번 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개막됐다.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부터 컴퓨터 휴대폰 등 첨단기기 그리고 자동차 악기 등 첨단기술이 접목된 확장제품들까지 수천여 업체가 신기술이 가득 담긴 선물상자를 쏟아냈다.

전세계에서 모인 수만 명의 얼리어답터와 업계 관계자들은 컨벤션센터와 샌즈 엑스포 힐튼 호텔 등 전시장이 마련된 곳을 물결처럼 다니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의 발전은 놀랍기만 하다. 불과 3개월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휴대폰 신기술은 이제 일상화되었다. 더욱이 업체는 조금 더 발전된 기술을 내놓고 있고 사람들은 이에 호응하며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한인타운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맛을 내세운 새 가게가 오픈해 사람들의 발길을 끌지만 오래 가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윌셔와 웨스턴 코너의 한 업소는 최근 3년 사이 순두부 고깃집 또 다른 고깃집으로 바뀌었다. 맛의 트렌드도 오래 가지 못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고 있다. 살림살이는 줄이더라도 맛있는 것을 찾고 좋은 것을 입고 싶어한다. 명품시장이 크게 줄지 않은 것이 반증이다. 또한 맛집 세련된 옷집 독창적인 제조업체는 여전히 명성을 누리고 있다. 맛있는 소문과 손님의 기본을 만족시켜 주는 업체의 노력때문일 것이다.

LA다운타운의 경기 부침이 심하지만 유명 백화점 대형 할인점에 옷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매출에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잘 되는 집은 여전히 잘 된다는 얘기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가지 복잡한 요인들이 맞물려 있을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의 트렌드도 그에 발맞추고 있지만 기본에 충실한 업체들은 살아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환경도 있다. 외주를 받은 업체는 그 일을 마감하기 위해 미래를 위한 중장기 투자를 하기 어렵다. 직장인들은 하루하루 바쁜 업무에 지쳐 퇴근 무렵이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기본을 지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들에게 하루를 살면서 잠시 하늘을 쳐다보는 여유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어제 컨벤션을 마치고 버스를 탄 뒤 LA로 돌아왔다.

차를 가지고 편한 시간에 움직였던 것과 달랐다. 버스 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생각치 않은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스트립을 따라 걸어보기도 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며 스치듯 읽었던 간판의 글씨가 또렷하게 보인다. 사람들의 표정도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사람들을 광고판을 길거리를 여유있게 관찰하는 즐거움이 생긴 것이다.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할 시간이 생긴 것도 좋았다. 이런 여유 속에서 딱히 손해본 것은 없었다.

지난 해 한국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었다. 잠시 일상을 멈추니 현재 살아가고 있는 주변 그리고 세상살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미래도 내다볼 수 있었다.

기본을 지킨다는 것은 눈 앞에서 헤매지 않고 멀리 보며 정도를 간다는 말과 같다. 이를 위해서도 가끔은 '멈춰 바라보기'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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