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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아잔 브람 스님의 벽돌 쌓기

김완신/논설실장

세계적인 명상가 아잔 브람 스님이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스님은 오늘(16일.한국시간) 시작되는 '세계명상힐링캠프'에 참여해 강연할 예정이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론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명상에 심취해 스스로 삭발하고 태국으로 건너 가 수행승이 됐다. 그곳에서 고승 아잔 차에게 명상법과 불교를 배워 남반구 최초로 호주에 명상센터와 사찰을 건립했다.

그가 출판한 명상 에세이집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에는 이런 일화가 나온다.

태국으로 수행하러 간 브람은 사찰을 건립하는 공사를 하게 됐다. 그러나 집을 지어본 적이 없는 그에게 벽돌을 평평하게 쌓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다. 정성을 다했지만 벽이 완성됐을 때 두 개의 벽돌이 잘못 놓여 보기에 좋지 않았다. 흉하게 튀어나온 벽돌이 볼 때마다 마음이 상했고 심지어 부수고 다시 쌓을 생각도 했다. 비뚤게 놓여진 벽돌 두 개는 무거운 돌덩이가 되어 그의 마음을 눌렀다.



그런 어느 날 사원을 방문했던 관광객이 벽을 보고 찬사를 보냈다. 브람은 관광객에게 반문했다.

"당신의 눈에는 잘못 놓여진 두 개의 벽돌이 보이지 않습니까?"

그때 관광객은 대답했다. "나도 두 개의 튀어나온 벽돌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내 눈에는 반듯하게 놓여진 998개의 아름다운 벽돌도 보입니다."

브람의 눈에는 잘못 놓여진 2개의 벽돌 때문에 제대로 쌓은 998개의 벽돌이 보이지 않았지만 관광객의 눈에는 보였던 것이다. 브람은 2개의 벽돌에 고정된 눈때문에 나머지 벽돌을 보지 못했던 '마음의 실명'을 그때 깨달았다. 998개를 가졌으면서 부족한 2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1000개의 벽돌 중 어느 것을 보느냐에 따라 행복해질 수도 불행해질 수도 있다.

2개의 벽돌에 집착하는 것은 욕심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충족돼야 할 조건은 의식주이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욕심은 의식주에서 비롯된다. 입고 먹고 자는 것의 절제가 사라진 곳에 욕심이 자리를 잡는다.

우리말에 '짓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들다'이다. '짓다'는 효용성이 없는 원래의 재료에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집을 지을 때에도 나무와 석재 등 그 자체로는 단순한 용도밖에 없는 것들을 사용해 '집'이라는 주거공간을 만든다. 우연히도 '짓다'라는 말은 의식주와 관계가 깊다. '옷을 짓다' '밥을 짓다' '집을 짓다'에서 보듯 의식주를 해결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동사로 통용된다.

'짓다'라는 말에는 소박함이 있지만 지어야 할 것들을 (옷으로) 치장하고 (음식을) 차리고 (집을) 세울 때 욕심은 시작된다. 로마제국의 멸망을 의복의 변화에서 찾는 역사학자들도 있다. 실용성을 강조하던 초기 의복이 후대에 사회적 지위와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 되면서 몰락의 길로 갔다는 분석이다. 좋은 것을 탐하고 필요 이상으로 더 비축하면서 음식에 대한 절제의 미덕도 사라졌다. 집도 몸을 담는 공간으로써의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투자대상으로 가치가 전도됐다. 의식주의 기본을 이루는 과정을 '짓다'로 동일하게 표현한 선인들의 지혜에 깊은 성찰이 느껴진다.

브람 스님은 인터뷰에서 "무덤에서 제일 부자가 되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죽기 전에 평화 속에서 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욕심을 자제하라는 경구다.

새해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마음 속 벽돌 두 장을 내려놓는 연습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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