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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류 열풍과 소외되는 한인들

염승은/경제팀 기자

추운 바람이 불던 얼마 전 늦은 저녁을 위해 타인종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한 한인식당을 찾았다. 넓은 공간에 한국문화를 상징하는 여러 장식품이 걸려 있고 평일 오후9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테이블은 만석에 가까웠다. 손님 중 30~40%는 한인이 아니었기에 괜스레 흐뭇하기도 했다.

기분 좋게 테이블로 안내 받고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직원이 다가와 무엇을 주문하겠냐고 물었다. 아직 테이블 세팅도 되지 않았지만 종종 이곳을 찾았던 터라 함께 간 지인과 메뉴도 보지 않고 주문을 했다.

잠시 후 옆 테이블에 백인 커플이 앉았다. 흥미로운 건 직원들이 그들을 서빙하는 방식이 우리쪽과는 사뭇 달랐다는 점이다. 친절한 태도야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을 서빙하는 모습은 흡사 고급 스테이크하우스의 느낌이었다. 자리에 앉자 직원이 와서 인사를 하고 자리에 깔개와 수저와 젓가락을 놓고 간다. 찬물과 따뜻한 물 중 무엇을 원하냐 묻고 원하는 물을 가져다 놓더니 "주문을 정하셨나요" 묻는다. 그들이 망설이자 "그럼 잠시후 다시 올테니 필요한 게 있으면 불러달라"한다.

왠지 모르지만 기분이 찜찜하다. 내가 받은 서비스가 싫었다는 건 아니다. 그들은 우리를 웃음과 친절로 대했다. 하지만 무언가 모르게 한인이라 다른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의 시작은 한인과 타인종에 대한 서빙방식이 달라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한식이 세계화되는 상황이니 타인종에게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서빙하고 한인은 성격이 급하니 빨리 주문 받고 빨리 음식을 내주는 것이 맞는가. 친절하기는 했지만 분명 친절의 정도와 서빙방식은 차이가 있었다.

'역차별' 또는 '소외감'이 느껴진다. 한식은 물론 K팝 드라마 등 한국 문화상품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퍼져야 한다는 이유로 한인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한국문화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미주 한인들은 한국 문화상품이 소비되는 데 있어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지난 2년여 사이 미국의 대형 공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한 몇몇 인기 가수 공연의 티켓 판매가 그랬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한인들을 위한 티켓은 전체의 30~40% 수준이었다고 한다. 타인종으로 가득찬 공연장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아시안과 백인 등 타민족 위주로 티켓 판매를 진행했다는 거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대기업들도 세계적인 제품을 파는 기업이 된 이후 한인 사회와는 별다른 교류가 없다. 그들이 한인사회를 찾는 건 식당이나 주점 정도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대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시장 규모가 작은 한인 시장은 별볼일 없는 존재일 수도 있다. 게다가 지난 20~30년간 한국기업이 한인사회와 연을 맺으면 유명무실한 단체들이 기부금이나 도움을 요청해 거부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

같은 한국 사람이니 특별 대우를 해달라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상품과 문화가 미국 시장에서 큰 붐을 일으키는 지금 그 시작이 됐고 이를 자랑스럽게 주류사회에 알렸던 한인사회가 소외감을 느끼는 일은 최소한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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