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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오스카에다가서는 한국 영화

부소현 jtbc LA특파원.차장

2004년 할리우드 이집션 시어터에서 열린 '제1회 LA국제영화제'에 한국영화 광팬들이 모였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이 상영되던 날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대부분 미국 젊은이들이었다. 한인 아시안보다는 의외로 백인이 많아 놀랐던 기억이 있다.

영화는 기자에게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들이 많았다. 소재도 무거운 데다 대사 없이 앞뒤 상황을 이어 해석해야 하는 장면이 많아 보는 내내 우리 문화를 모르는 영어 자막으로 영화를 봐야 하는 관객들에게 혹여 재미없는 영화가 될까 걱정이 됐다. 기우였다. 영화가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감독과 대화의 시간에는 질문이 쏟아졌다. 행사가 끝나고 흡족한 얼굴로 극장을 나오는 관객들에게 물었다. "박찬욱 영화가 왜 좋은가?" "쿨하다. 스파이더맨 배트맨은 멍청하고 촌스러운데 그의 영화는 다르다." 갓 20살을 넘긴 듯 보이는 관객들에게서 극찬이 끊이지 않았다. 박 감독의 영화는 평범함 보다는 튀는 쪽이 좋은 개성파들의 입맛에 딱 맞는 영화였다.

한국영화는 특히 유럽에서 상복이 많다.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 등에서 배우상 감독상 작품상을 받았다. 지난 27일에는 미국 독립영화 축제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제주 4.3사건을 다룬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이 월드 시네마 부문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아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올해도 고배를 마셨다.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기대를 모았던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외국어 영화 부문 한국대표로 출품됐지만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영화가 유독 아카데미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를 어쩌면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열광했던 개성파 관객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작품성과 함께 대중성을 갖춰야 하는 아카데미에서 한국영화는 너무 튀어 일반 관객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쇼윈도에 진열된 최신 유행의 옷에 눈길을 뺏기긴 하지만 정작 지갑을 열게 만드는 옷은 평범한 스타일이다. 스파이더맨 배트맨이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고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는 이유다.

지난 18일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가 개봉됐다. 제작비 5000만 달러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로 왕년의 액션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친근한 배우에 탄탄한 스토리 과감한 액션까지 여느 할리우드 영화 못지 않다. 영화 중간 중간 맛볼 수 있는 코믹한 설정도 재미를 더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다른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할까 재미없어 할까의 걱정은 안 했다.

김지운 감독에 이어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줄줄이 할리우드에 데뷔한다. 박 감독의 '스토커'는 세계적인 배우 니콜 키드먼이 출연해 관심이 높다. 봉 감독의 '설국열차'는 추위가 닥친 지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감대 높은 소재를 선택했다. 한국감독의 영화가 이제 대중을 유혹하고 있다.

개성파 관객들에게 할리우드식 인기코드가 가미된 한국감독의 영화가 '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너무 튀는 것 보다 일반적인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아카데미도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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