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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하버드 교육과 어머니 훈계

[LA중앙일보] 발행 2013/02/0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3/02/05 18:03

김완신/논설실장

올바르지 않은 지성은 사회와 국가에 악영향 정직이 최고가치 돼야
하버드대학에 관한 것들은 모두 기사가 된다. 그만큼 세계 1위의 대학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한인부모들은 자녀들의 하버드 입학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워도 이 대학 기사라면 다시 보게 된다. 하버드 관련 기사들은 대개 긍정적인 것들이 많다. 입학 경쟁률 SAT점수 장학금 혜택 연구실적 동문 활동 등의 발표를 보면 항상 최고.최상.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런데 얼마 전 하버드의 명성을 추락시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의회 입문' 과목을 수강했던 학생 279명 중 125명이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목 시험은 강의실이 아닌 집에서 자율적으로 치르는 방식이었는데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할 때 서로 협력했거나 동료의 답안을 베낀 것이 발각됐다. 지난 30일 학교당국은 부정행위에 가담한 125명 학생 중 70여명에게 정학 1년의 중징계를 내렸고 나머지는 근신 처분을 받았다. 하버드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실추된 명예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미국의 대학들은 정직을 지고의 가치로 여긴다. 각 학교들은 '명예강령(Honer Code)'을 통해 모든 미덕에 우선해서 정직을 강조하고 있다. 명예강령은 1840년 버지니아대학에서 시작됐다. 그해 11월 이 학교 교수 존 데이비스가 복면을 쓴 학생에게 총격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계기로 학생들은 잘못된 행동은 스스로 하지 않고 남이 하는 것을 목격했을 때는 반드시 보고하겠다는 결의를 한다. 이에 교수들은 과제나 시험 등에서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학생들을 믿고 양심과 자율에 맡기겠다는 결정을 한다.

밴더빌트 대학에는 명예강령과 관련해 이 학교 학장이었던 매디슨 새래트 교수가 언급한 내용이 학생회관 동판에 새겨져 있다.

"나는 학생들이 두가지 시험에서 통과하기를 바란다. 하나는 '삼단법(Trigonometry)'이고 다른 하나는 '정직'이다. 만약 학생들이 둘 중 하나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삼단법 과목에서 실패하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삼단법 시험에 실패한 훌륭한 사람은 있지만 '정직' 과목을 통과하지 못한 훌륭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소재한 데이비슨 칼리지의 경우는 자동판매기에 투입한 금액보다 소다가 더 많이 나온 것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을 처벌하기도 했다.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 사소한 부정을 묵인하는 것도 명예강령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정직은 학문탐구 보다 더 소중한 가치다. 하버드의 마이클 스미스 예술과학대 학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문적 진실성을 강조하면서 정직은 교육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직의 반대는 부정이다. 부정은 그 하나만으로도 사회악이 되기에 충분하다. 부정이 만연되면 사회는 바른 길로 가지 못하고 타락하게 된다. 그런 부정이 가장 크게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부정이 사악한 지성과 결합할 때다. 정직하지 못하고 우둔한 사람은 주변을 오염시키지만 정직하지 않으면서 똑똑한 사람은 사회의 근간을 흔든다. 역사적으로 '정직하지 못한 학식'이 끼친 해악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던 월스트리트의 탐욕도 정직하지 못한 지성의 양산(量産)이 만든 결과다.

하버드대학은 가장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 최고 수준의 학문을 교육한다. 그러나 하버드 보다 더 값진 가르침이 있다면 그것은 부모들이 어린자녀에게 했던 '거짓말 하지 마라 정직하라'라는 훈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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