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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 '사랑의교회' 유감

장열/특집팀 기자

유치원에서 수십 명의 작은 꼬마들이 어울려 놀고 있다. 그 무리 가운데 몸집이 큰 어른 한 명이 몸을 아무리 숨기려고 해봐도 숨겨지는가. 불가능하다. 자신의 몸집은 생각 안 하고 "왜 나만 보냐"며 따질 수 없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가 논란이다. 사랑의교회는 한국에서 손꼽는 대형교회다. 최근 사랑의교회 건축과 관련해 고 옥한흠 목사의 장남인 옥성호씨가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와 당회에 보낸 이메일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이메일에 어떤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지만 사실 옥씨가 어떤 이유에서 이를 공개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꼭 옥씨의 이메일이 아니더라도 2200억이라는 막대한 돈이 투입되고 특혜 논란이 있는 사랑의교회 건축문제가 이미 사회와 교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건 엄연한 사실이다. 사랑의교회 건축 자체에 대한 타당성을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사랑의교회가 하고 있는 착각은 꼭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기독교에 있어 대형교회의 긍정적 역할은 분명 있다. 소위 작은 교회들이 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해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덩치가 크다 보니 당연히 그 영향력은 교계만이 아닌 사회(세상)에도 미칠 수밖에 없다. 대형교회로서의 숙명이다. 사랑의교회는 건축에 대한 개교회의 입장과 타당성이 아무리 옳다 해도 넓은 안목으로 한국 사회 전체를 생각해야 할 책임과 의무 역시 반드시 가져야 한다.



현재 사랑의교회 건축 웹사이트에 따르면 매주 4만5000명의 교인이 공간에 대한 물리적 협소함의 불편을 토로한다. 건축에 대한 사회적 명분을 위해 새 성전을 교회만이 아닌 분열과 갈등 속에 사회통합의 공동체를 위한 상징성을 가진 건물로 세우고자함 역시 알리고 있다. 취지는 좋다. 하지만 참 아이러니 한 것은 교회는 세상에 영향을 주겠다는데 그 세상은 교회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랑의교회는 '제자 훈련'으로 유명하다. 그렇게 양산되는 '제자'들은 도대체 왜 흩어지지 못하는가. 예수는 제자들에게 똘똘 뭉쳐 있으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땅끝까지 가라고 명령했다. 초대교회는 온갖 핍박과 환난 속에 흩어질 때 오히려 그 힘이 발산되지 않았는가.

지금 사랑의교회는 제법 그럴싸한 이유들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그 제자들의 내면 깊은 곳에는 편한 환경과 시설 더 넓은 공간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신앙생활을 하고자 하는 이기심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웬만한 교회에서는 그런 유익을 누리기 힘든 게 사실이다.

성숙한 제자로 성장했다면 그동안 대형교회에서 많은 것을 누렸으니 그럴수록 주변의 어렵고 힘들어 하는 교회로 가서 도울 생각은 못하는가. 사람이 넘쳐나면 교회가 부족한 지역에 분립이나 개척도 시도할 수 있다. 과연 건축이 최선의 답인지는 의문이다.

몸집의 크기와 성숙의 깊이는 꼭 비례하지 않는다. 덩치만 큰 사랑의교회는 이런 명제를 더 확실하게 증명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사랑의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내세울 때 사람들은 '기독교의 위기'를 외친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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