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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너무 절박해요"…눈물 젖은 다큐멘터리

하버드 출신 한인들'분리된 가족들(Divided Families)' 제작

감독도 프로듀스도 조부모가 실향민
아픈 기억들·아직 만남의 희망 담아내
백발 노인이 '엄마' 부를땐 가슴져며


카메라가 숨죽인 채 기억을 쫓는다. 앞에 앉은 노인은 주름진 손끝으로 마르지 않는 눈가를 훔친다. 가족과 헤어진 지 60여 년. 죽어야만 만날 수 있다는 기막힌 상황에 고개를 떨군다. 흐느낌이 영원보다 길게 느껴지는 순간 그가 렌즈에 눈을 맞춘다. "오빠 아직 살아있지? 곧 만나러 갈게."

다큐멘터리 '분리된 가족들(Divided Families)'의 한 장면이다. 이 안에 정치는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 통에 뿔뿔이 흩어진 가족과 아픈 기다림 살아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필름에 스며있다.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백지은(26)씨는 무던히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싶다.

"제 할아버지가 '죽으면 북녘땅 가까운 곳에 묻어달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셔서 다큐멘터리 속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아요. 실향민 대부분이 70~90대라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게 안타깝죠."



2009년 하버드대에 같이 다니던 제이슨 안(29) 유진 정(29) 감독도 같은 이유로 다큐멘터리 촬영을 결정했다. 두 감독 모두 실향민인 조부모를 통해 이산가족의 아픔을 들으며 성장했다. 애초 영화는 2010년 개봉 예정이었으나 자원봉사자와 후원금 부족에 부딪히며 오늘까지 오게 됐다. 뉴욕.보스턴.LA.서울 등지를 오가며 총 17명을 인터뷰한 감독들에 따르면 미주 내 이산가족 1세는 약 10만 명에 달한다.

"촬영 중 만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로부터 '고마워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너무 절박해서요."

현재 다큐멘터리는 전체 분량(60분)의 75%가 완료된 상태. 한인 2세 등 70여 명의 하버드 재학생 자원봉사자들이 2011년 워싱턴DC 의회 시사회 하버드 교내 행사 등을 통해 후원금을 모으며 4년간 매달린 결과다. 그 중엔 다큐멘터리를 통해 북한과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타인종 학생들도 있다.

"촬영은 힘들지 않아요. 아직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헤어진 가족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계시니까요. 다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다큐멘터리를 공개해 잊혀져 가는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요. 우리가 보듬어야 할 사람들이잖아요."

카메라가 눈망울에 초점을 맞춘다. 백발 성성한 노인이 다섯 살 어린아이와 같은 눈으로 '엄마'를 부른다. 악착같이 일해 가족을 만들고 손자까지 봤지만 카메라에 찍힌 그는 황해도 정든 집을 떠나 헤매는 16살 소년이다. 사진 한 장 없이 흐릿한 기억 한 줌만 붙들고 있다.

▶후원 및 문의: www.dividedfamilies.com 또는 jieun@dividedfamilies.com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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