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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행복하지 않은 '전임 대통령'

[LA중앙일보] 발행 2013/02/20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3/02/19 17:51

김완신/논설실장

한국의 대통령들은 '가장 행복한 직업'을 가질 자격이 없었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업은 무엇일까.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일들이 있겠지만 '전임 대통령'이란 직업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전임 대통령은 현역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명예로운 자리이면서 직업이다.

전임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다른 직업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현역 대통령보다는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현역 대통령은 국가의 장래를 책임져야 할 막중한 의무가 있고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결정도 내려야 한다.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으로 경제가 무너지고 국민들이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꿈꾸지만 힘들고 외로운 직업임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전임 대통령에게는 현역 대통령의 이런 스트레스가 없다. 한 국가에서 더 이상 올라갈 곳 없는 최고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직업으로서는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를 거쳤다. 전직의 명예는 고스란히 남아 있으면서도 현직의 책임은 없는 직업이 바로 전임 대통령이다. 다만 대통령직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국정운영의 조언자 역할을 해야 하지만 강제 의무사항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곧 또 한명의 전임 대통령을 맞는다. 25일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현직 이명박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자리로 가게 된다. 그런데 대통령에게 주어졌던 모든 의무에서 벗어나 청와대를 떠나는 이 대통령을 보는 국민의 마음이 그리 편안하지만은 않다. 벌써부터 재임기간 중 추진했던 사업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에서 퇴임 후가 행복했던 대통령은 드물다. 감옥에 들어가는 대통령이 있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통령도 있었다.

국정 최고운영자로서의 경험이 사회발전에 쓰여지지도 않았고 후임 대통령에게 조언자 역할도 하지 못했다.

미국에는 퇴임 후 더 유명해진 대통령들이 많다. 지미 카터는 인기없는 단임 대통령이었지만 퇴임 후 주택개선 사업 세계 평화중재 아프리카 빈곤퇴치 운동 등을 통해 통치시절보다 더 큰 업적을 남겼다. 2002년에는 이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카터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다양한 분야에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수행한 것은 개인자격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미국 대통령 자격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했다.

대공황 시절에 재임했던 허버트 후버도 경제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파탄을 가져온 대통령이란 비난을 받았으나 퇴임 후에는 해외식량 보조사업을 통해 오명을 조금은 만회했다. 닉슨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위기에 몰려 사임했지만 70년대 후반부터는 중동과 옛소련 등을 방문하면서 외교 분야에서 미국의 국익을 대표했다. 그의 외교경험은 레이건과 클린턴 행정부에 훌륭한 조언자 역할을 했다.

카터와 닉슨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란 직업을 갖게 되면서 패자부활전을 통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카터의 경우는 현역보다는 퇴임후의 업적으로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 대통령 제도가 시행된 지 반세기를 넘겼지만 아직도 존경할만한 대통령을 찾기 어렵다. 더욱이 퇴임후 순수 봉사활동과 민간사업으로 국가와 사회에 귀감이 됐던 친근한 대통령도 없다. 작가 존 업다이크는 "미국 대통령직은 '전임 대통령'이라는 행복한 위치로 가는 길에 잠시 머무는 정류장"이라고 했다.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있었지만 '자격'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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