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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부자 나라, 가난한 정부의 국민들

김완신/논설실장

지난해 말부터 자주 들어온 생소한 용어 두 가지가 있다. '재정절벽(fiscal cliff)'과 '시퀘스터(sequester)'다. 재정절벽은 세금인상과 정부예산 지출삭감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뜻하는 용어다. 작년 연말 시한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안이 나오지 않아 많은 사람에게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다행히 연방의회 합의로 법안이 통과돼 위기는 넘겼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재정절벽 타개를 위한 근본 해법을 도출한 것이 아니라 시한을 1월 1일에서 3월 1일로 두달간 연기했을 뿐이었다.

재정절벽의 고비는 넘겼지만 3월이 다가오면서 연방정부의 대규모 예산 자동삭감을 뜻하는 시퀘스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시퀘스터가 적용되면 향후 10년간 1조2000억 달러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2013회계연도에도 850억 달러의 정부지출이 축소된다. 지출이 삭감되면 가장 타격을 입는 분야는 국방 교육 공중보건 등이다.

시퀘스터의 여파는 캘리포니아주에도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교육분야에서는 초중고 교육예산이 8760억 달러 줄고 320개 학교가 연방지원을 못받게 된다. 또한 1210명의 교사는 해고될 위험에 처한다. 방위산업 일자리는 6만4000개가 줄고 공군에 지원되는 자금도 150만 달러 깎인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공중보건 분야의 예산축소다. 시퀘스터가 발동되면 가주가 받는 260만 달러의 연방보조금이 중단돼 백신구입 무상의료시설 운영 등에 차질이 예상된다.

시퀘스터의 시행이 임박해 오지만 정치권에서는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백악관과 행정부는 미국 전역에 엄청난 재난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공화당은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 맞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25일 전국 주지사들에게 시퀘스터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의회에 압력을 넣어 줄 것을 촉구하며 여론몰이에 나섰지만 공화당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난 연말 재정절벽 협상에서 충분한 양보를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중의 증세를 뜻하는 시퀘스터 중단을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공화 양당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시퀘스터 불가피론'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미 시퀘스터가 가져올 충격의 정도를 예상하면서 민주와 공화는 셈법에 들어갔다. 오바마가 재앙 수준이라고 했던 시퀘스터의 체감여파가 미미하면 공화에 힘을 실어주게 돼 큰 폭의 예산삭감이 탄력을 받게 된다. 반대로 시퀘스터의 파장이 커지면 공화당은 시행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시퀘스터가 이틀 남았지만 백악관과 공화당은 자기편에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재정절벽과 시퀘스터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용어다. 재정절벽은 부시의 세금감면 정책 만기와 관련해 2010년부터 사용돼 왔다. 시퀘스터는 연방의회가 1985년 제정한 '균형예산과 긴급적자 조정법'에 의거해 예산을 강제로 조정하는 권한을 부여받게 됐다.

재정절벽과 시퀘스트는 경제용어면서 법률용어다. 용어의 범주가 애매하기는 하지만 최근 몇개월 사이에 자주 들어왔고 생활을 통해 알게 된 것이라 시사용어로도 분류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부자였다면 몰라도 됐을 말이다. 재정절벽이 지나가니 시퀘스터가 왔다. 그 다음은? 부자 나라 가난한 정부의 미국민들은 재정적자가 해결되지 않는 한 또다른 '시사용어'를 힘겹게 체득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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