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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하는 시니어가 주는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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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3/03/01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3/02/28 21:38

부소현/JTBC LA특파원·차장

지난 한 달은 야구에 바쳤다. 아직 정규시즌 전이지만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라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뉴스들이 쏟아져 나온다. 올해는 류현진 선수가 LA다저스에 입단해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이 특별하다. 류현진의 등장으로 취재가 아니면 생전 갈 일이 없던 야구장 출입도 잦아졌다.

최희섭 서재응 선수가 다저스를 떠난 뒤 발길을 뚝 끊었던 야구 취재를 다시 시작 하는 건 6년만이다. 기자도 사람인지라 사건.사고 취재를 가면 기운이 빠지고 기분도 좋지 않다.

누군가 다치고 죽는 현장이 신난다면 그게 이상할 일이다. 그러나 야구 취재는 다르다. 우선 파란 하늘과 대조되는 초록색 잔디가 지친 눈을 씻어준다. 말끔하게 정리된 필드를 보면 괜히 마음이 설렌다. 데이트 나온 연인들의 달뜬 얼굴을 훔쳐 보는 것도 재미있다. 어설프게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손자의 손을 잡은 할아버지의 얼굴은 귀엽기까지 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야구 취재를 가면 꼭 구장을 한바퀴 둘러본다.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이 뿜어내는 양질의 에너지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한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첫 야구 취재 현장은 애리조나였다. 류현진이 속한 다저스와 추신수 선수가 이적한 신시내티 레즈 스프링캠프 훈련구장이 같은 곳에 있다. 한창 시범경기 중이라 훈련장이 있는 도시는 야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다저스와 레드삭스의 시범경기가 있던 날. 류현진의 첫 등판 취재를 위해 경기가 열리는 캐멀백 랜치 구장에 갔다. 습관대로 경기 시작 전 구장을 한바퀴 돌았다. 언제나 그랬듯 야구장은 활기로 넘쳤고 애리조나의 강렬한 햇빛은 열기를 더했다.

이렇게 후끈 달아오른 구장에 선수와 관람객들보다 더 신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구장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인 파트 타이머들. 핫도그 팔기 표받기 주차관리 안내 등이 이들이 맡은 임무다. 파란 다저스 저지를 입고 일하는 모습이 젊은이 못지 않게 상큼하다.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 찾은 카운터에서 만난 한 할머니 점원은 계산기에서 나초 버튼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다 마침 기자의 눈에 먼저 띈 버튼을 손으로 가리키자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하이파이브를 하잖다. 이들은 보통 동네 토박이들이 대부분이어서 팀에 대한 지식도 전문가 수준이다. 팀의 역사 선수 기록 그동안 있었던 유명한 일화들을 줄줄이 꿰고 있어 취재거리도 덤으로 얻는다. 마음도 따뜻해 바람이 불면 춥지 않느냐 걱정해 주고 해가 쨍쨍한 날이면 자외선 차단제는 있느냐며 챙겨준다. 취재를 오가며 이들과 나누는 인사가 더없이 즐겁고 흐뭇하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노인이 아니어도 젊은 인력을 채용하자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노인들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며 걱정이다.

젊은이들보다 노인들이 하는 일이 훨씬 더디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야구장뿐 아니라 다른 일상의 일터에서도 더 많은 노인들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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