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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말은 '글로벌' 행동은 '끼리끼리'

김동필/취재팀 에디터

김종훈 벨 연구소 사장이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는 발표가 있자 난리가 났다. 미국 시민권자라는 것이 빌미였다. 김 지명자가 '시민권 포기'를 발표하자 이번에는 과거 경력을 문제 삼았다.

미국 CIA(중앙정보국)와의 연관성이었다. 그가 창업한 유리시스템즈에 전 CIA국장을 영입했고 그 자신은 CIA가 만든 인큐텔이라는 벤처투자업체의 이사를 지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압력때문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그의 경험과 능력 국가 발전을 위한 비전에 대한 검증은 오히려 뒷전이 됐다. 이른바 '국민정서법'의 틀에 갇혀 실익 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결과다.

물론 한국에도 유능한 인물은 넘친다. 그중에는 김 지명자 보다 더 뛰어난 인물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똑똑하면서 도덕성까지 갖춘 사람은 많지가 않은 모양이다. 국회에서 고위 공직 후보자 인사 청문회가 열렸다하면 불거지는 것이 도덕성에 대한 의혹들이다.

그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들이 위장전입 불법 재산증여 부동산투기세금 탈루 편법 병역면제다. 사람은 달라도 어쩌면 메뉴들은 그렇게 한결같은지 모르겠다. 역설적으로 '한국에서 지도층으로 부상하고 싶으면 꼭 해야 할 리스트'처럼 보인다.



본인들이야 그 자리에까지 오를 줄 모르고 한 짓이겠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란 말조차 거창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비하면 김 지명자의 시민권 문제는 '꺼리'도 안된다. 미국 시민권을 유지하면서 공직을 맡겠다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김 지명자는 자의가 아니라 어린 나이에 부모따라 이민을 온 케이스가 아닌가.

이런 현상은 미주 한인에 대한 시각이 여전히 냉랭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미주 한인사회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한국에서는 한인을 '스스로 한국을 떠난 사람들'로 치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TV드라나마 영화에서도 이상한 이미지로 색칠을 했다. 요즘 좀 뜸해지긴 있지만 과거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미국행'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가족 갈등이나 사업 실패 연인과의 이별 등 힘든 상활을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도피처 또는 범죄자나 배신자의 피난처로 설정되는 것이 미국행이었다. 비록 허구라고는 하지만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김 지명자의 성공스토리는 한인 뿐 아니라 미국 내 이민사회의 귀감이 될만하다.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수많은 어려움들을 스스로 극복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기회의 나라라고 하지만 소수계 이민자가 성공하기란 쉽지가 않다. 더구나 이민 1세라면 힘든 유무형의 장벽들을 돌파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김 지명자가 90년대 말 유리시스템즈라는 회사를 루슨트테크놀러지에 10억달러에 매각했을 때 한인들도 또 한번 '아메리칸드림'을 키웠다.

앞으로 제2 제3의 김종훈이 나와야 한다. 한국과 한인사회 모두의 발전을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미주 한인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250만 미주 한인을 한국의 자산으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능한 인재 공급원으로 한국상품 진출과 투자의 전초기지로 활용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기업들의 글로벌화로 1.5세나 2세들의 기업체 진출은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김종훈 지명자에 대한 논란에서 보듯 정부나 공공기관은 여전히 폐쇄적이다. 입은 글로벌인데 아직 머리와 가슴은 '우리끼리'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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