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풍향계] 누가 김종훈의 뒷다리를 잡았나

이종호/편집팀장

옛날 신라인과 백제인은 서로 말이 통했을까. 고구려인은 또 어땠을까. 학교 때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음직한 의문일 것이다.

신라가 당나라와 동맹을 맺어 백제를 멸망시킨 것이 서기 660년이고 고구려까지 아울러 삼국을 통일한 것이 668년이었으니 벌써 천 몇백년도 더 된 옛날이다. 지금과 달리 교통 통신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교류 또한 쉽지 않았을 때였다. 그러니 삼국의 언어는 지금의 지역 사투리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이질적 언어였을 개연성이 크다. 그렇지만 삼국사기 삼국유사 같은 역사책에 삼국시대 사람들이 통역을 두어 대화했다는 구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웬만큼의 의사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해 본다.

그렇다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사는 요즘 한국인과 미주 한인들은 어떨까. 교류와 소통으로만 본다면 국경을 맞댔던 삼국시대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바다 건너 살지만 여전히 한국말을 쓰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문화에 젖어 사는 동포가 태반이다. 영주권을 따고 시민권을 따도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의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무엇인가 벽이 있다고 느끼는 한인들이 많다. 두고 온 조국에 대해 한인들이 품고 있는 애정만큼 본국인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일만 해도 그렇다. 미국 유수의 연구소를 이끌었던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과 창조경제를 위해 삼고초려로 영입한 인재였다.



이를 보고 많은 한인들은 시민권자에게도 조국을 위해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한껏 고무되었고 아낌없이 박수도 보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김 내정자는 졸렬한 정파적 견제와 배타적 정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끝내 스스로 물러나고 만 것이다.

개인적으로 김종훈 사장 정도의 이력이라면 미국의 어떤 요직에 중용되어도 꿀릴 것 없는 능력과 소양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조국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겠다며 1억 달러 이상의 미국 국적포기 세금까지 각오하고 한국으로 달려갔지만 한국은 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 미국에 와서 악전고투할 때 조국 대한민국이 그에게 해 준 것은 한국인이라는 핏줄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금의환향한 그를 받아들이기는커녕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끌어내리지 못해 안달이었고 온갖 치졸한 네거티브 공세까지 서슴지 않았다.

한국인의 뒷다리잡기를 흔히 항아리 속의 게에 비유하곤 한다. 항아리 속에 게를 한 마리 넣어놓으면 그 게는 자신의 예리한 집게발을 이용해 밖으로 기어 나올 수가 있다. 그런데 서너 마리를 한꺼번에 넣어놓으면 한 마리도 나오지 못한다. 한 놈이 기어 올라가면 다른 놈이 그 놈 다리를 물고 늘어져 함께 툭 떨어지고 또 다른 녀석이 올라가면 또 그렇게 하고 해서 결국 단 한 마리도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남 잘 되는 꼴은 죽어도 보지 못하는 우리의 습성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또 한국이 경제적 문화적 위상에 걸맞은 지도자나 존경받는 인물을 좀처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도 이런 뒷다리잡기 습성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삼국시대 사람들은 소통이 원활하진 않았지만 끝내 통일을 이루고 한 나라 한 민족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말은 같은데 불통의 골은 오히려 더 깊은 것 같다. 남과 북이 그렇고 본국과 해외 한인들이 또 그렇다.

외국 국적자라는 이유로 인재 하나 마음대로 데려다 쓰지 못하는 배타적 국수주의 앞에 펼쳐질 미래는 밝을 수가 없다. 민족과 국적은 21세기에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낡은 가치가 되고 있음을 이젠 한국도 알아 차릴 때가 됐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