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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서민금융에 관심 둘 때다

김동필/취재 에디터

"급히 5000달러 정도 융통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급전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몇몇 지인에게 물었더니 반응들이 다양하다. 갖고 있는 귀중품을 판다거나 친지나 친구에게서 융통하겠다는 사람 크레딧카드 현금 서비스로 해결하겠다는 답도 있었다.

'글쎄'라는 말뿐 선뜻 해결 방법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팔 만한 귀중품도 주변에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도 없고 카드는 이미 한도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이들의 선택은 대부업체를 찾거나 아예 포기하는 것 둘 중 하나다.

하지만 대부업체를 잘못 이용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엄청난 이자율에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 갚기에도 급급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연 500%가 넘는 이자를 받는 대부업체들도 있다는 것이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최근 조사 결과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악덕 사채업자인 셈이다.



대부업체의 횡포를 막기 위해 연방정부가 지난 2007년 연 이자율 상한선을 37%로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지만 유명무실한 모양이다. 더구나 대부업체 5곳 중 1곳은 대출자의 은행계좌에서 자동으로 원금과 이자를 인출해 가는 방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니 옴짝달싹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지인에게 융통을 하더라도 편치만은 않다. 약속한 날짜에 갚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기한을 어기면 좋았던 인간관계마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이일 수록 돈거래를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급전이 필요한 상황은 생긴다. 사업체 운영자금이 급히 필요한 일도 생기고 자녀 학자금도 보내줘야 하고 이런저런 집안 대소사에 쓸 일도 일고….

하지만 알면서도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것이 서민들이다. 눈 앞의 페이먼트에 허덕이다 보면 '지금 당장도 어려운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금융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큰 고객이 우선이겠지만 서민금융에도 조금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얘기다. 서민들에게 은행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것은 신용과 담보 부족 때문이다. 은행이 요구하는 수준을 맞출 수가 없으니 이용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서민금융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것이 지난 1976년 방글라데시에서 설립된 '그라민 뱅크'다. 그라민 뱅크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낮은 이자에 무담보로 빈곤층에 자금을 빌려줘 그들이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소액이긴 하지만 빈곤층을 위한 신용대출인 셈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대출 연체율이 일반 은행의 연체율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라민 뱅크의 성공 모델은 많은 지역으로 확산됐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가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도 이 시스템이 도입됐다.

한인사회에도 이런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어떨까 싶다. 서민들이 소액의 급전이 필요할 경우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한인 은행권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렸다. 물론 일부 회계상 수익이 포함된 영향도 있지만 영업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이제 급한 위기는 넘겼으니 은행권이 머리를 맞대면 훌륭한 서민금융 프로그램 하나쯤은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는 고객의 저변을 확대해 가는 일도 된다.

한인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한인 은행들의 역할이 컸다. 경제에 금융은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랜 불경기로 빈혈증세가 보이는 요즘 그야말로 은행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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