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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 김치'를 파는 미국인

오수연/경제팀 기자

지난 8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건강식품박람회(Natural Product Expo)를 찾았다. 1800여 업체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박람회인 만큼 건강식품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등록을 위해 미디어룸에 갔다. 주최 측은 미디어들을 위해 100여 가지의 핫아이템들이 따로 진열해 놨다. 그중 눈에 들어오는 제품이 하나 있었다. 바로 김치다. '미디어쇼 아이템에 김치가 들어오다니.' 반가웠다.

김치를 생산하는 유명 한인업체이겠거니 하고 라벨을 살펴봤다. 근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업체다. '와일드브라인(Wildbrine).' 한인업체 이름이라고 하기에는 좀 생소했다. 그래도 한인 2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스를 찾아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김치를 홍보하고 있는 사람은 파란 눈의 중년 미국 남자다. 질문도 하기 전에 샘플로 내놓은 김치를 먼저 집어 먹었다. 속으로는 '얼마나 맛을 냈겠어'라고 생각했다. 근데 맛이 제대로다. 게다가 코끝을 찡긋하게 하는 신 김치다.



'이 김치를 팔겠다고?' 사실 처음에는 잘못 보관해서 신 김치를 잘못 가지고 나온 것 아닌가하고 의심했다. 하지만 신 김치는 컨셉이었다. 김치는 미국 사람들에게는 피클이고 피클은 시큼해야 제맛이 아닌가. 역발상이다.

한인들은 신맛이 타인종들에게는 거부감일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담근지 오래된 김치의 신맛은 김치를 타인종들에게 알리는 데 있어 걸림돌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김치의 신맛이 바로 경쟁력이었다.

생각해 보니 김도 그랬다. 밥과 같이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미국에서는 스낵용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다.

김이 그랬던 것처럼 김치도 가능성이 있다. 웰빙 시대에 어울리는 음식이다. 와일드브라인의 사장 역시 김치가 대표적인 웰빙 음식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한국식품업체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신제품을 들고 왔다. 역시 김치다. 컵김치. 컵라면을 먹을 때처럼 컵에 담겨 있는 건조 김치에 물을 조금만 붓고 기다리면 일반 김치처럼 먹을 수 있다. 출장을 갈 때는 더할나위 없이 편리한 제품이 될 수 있다.

최근 이러한 역발상의 아이디어로 인기를 모으는 TV프로도 있다. '광고천재 이태백'이라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를 보면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는 한 청년이 노숙자 쉼터를 짓기 위한 후원금 모금광고에서 신문지면을 이불처럼 디자인한다. 그리고 밑 하단에 작게 한 마디만을 썼다.

'오늘밤 누군가는 이 신문을 이불로 써야 합니다. 불우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한국의 수많은 중소기업과 로컬 한인업체들이 주류 마켓을 뚫기 위해 뛰고 있다. 이들이 내놓는 제품들을 살펴보면 나무랄 곳이 없다. 하지만 주류마켓 진출이 말처럼 쉽지 만은 않다. 열심히 뛰었는데 제자리 걸음일 때가 많다. 좌절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생각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새로운 고객을 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래야 미국이라는 넓고 험난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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