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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두개의 '종' 이야기

이성연/특집팀 기자

샌피드로 '우정의 종각'은 한인들에게 친숙한 곳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6년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고 한미 우호관계를 다지기 위해 50여명의 전문가들을 동원해 1년 반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종이다. 이곳은 초기 이민자들이 태평양을 바라보며 조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래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종의 관리.보수 문제가 골치다. 관리 주체를 놓고 총영사관과 LA시가 미묘한 줄다리기를 벌여오다 최근에 LA시.총영사관.한국문화원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급한 보수를 해나가기로 했다.

전문가를 한국에서 데려와야 하는 문제는 물론이고 그 이후로도 선물을 받은 쪽이 아니라 준 쪽에서 계속 관리 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한미우호의 상징이며 이민사회의 자부심이었던 우정의 종각이 귀찮은 대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또 다른 종이 한인사회에 선보일 예정이다. 굿사마리탄 병원 앞마당에 설치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종'이다. 이는 이 병원 앤드루 리카 병원장의 구상에서 나왔다. 그의 한국에 대한 지식과 관심은 어느 한국인 못지않다. 그가 설명한 취지는 명확했다. 어릴 적 도서관서 읽은 독일 분단의 아픈 기억과 현재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 국가인 한국 그리고 몇해 전 방문한 서울 종로의 보신각종의 경이로움이 어우러져 그의 프로젝트로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리카 병원장은 종을 만들기 위해 직접 한국을 방문했다. 보신각종을 만든 장인을 찾기 위해 충남 진천의 성종사까지 나섰다. 그리고 굿사마리탄 마당의 흙과 북한의료구호 사업단이 가져온 북한의 흙 한국의 흙을 종 제작에 사용될 쇳물에 직접 넣었다.

한국의 고인돌 구조와 전통 문양인 단청의 아름다움을 접목시켜 평화의 종을 만들 예정이다.

한국 전통 종을 만들려는 이유를 묻자 그는 "종이 울리면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에게 치유의 힘과 한인들에게는 통일의 소망이 하늘까지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굿 사마리탄 종에는 한반도 통일과 환자 치유를 희구하는 스토리가 담긴다는 것이다. 스토리가 매우 매력적으로 들린다.

LA코리아타운은 지금 상징물 만들기가 한창이다. '마당 프로젝트'와 '올림픽 게이트웨이'가 주목받는 사업이다. 두 프로젝트는 공원과 다울정 옆에 세워지는 아치형 게이트가 핵심인데 얼마 전 '마당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맡을 업체가 선정돼 기대를 부풀게 한다.

디자인사는 LA한인타운을 상징할 문화공간으로 최대한 한국 전통미를 반영한 디자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당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한인타운을 상징할 대표 장소가 될 것이다. 이왕 만드는 거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현대 소비자들은 스토리에 반응하고 열광한다. 스토리가 사람을 끄는 것이다. 미국의 어느 작은 마을을 가보더라도 자그마한 것까지 이야깃거리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좋은 인상을 남기려는 노력을 확인하게 된다.

'우정의 종'이 지금은 빛이 많이 바랬지만 한인사회의 노력에 따라 다시 이야기가 풍성한 곳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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