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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푸는 심리]현대인의 ‘3대 정신병’

의과대학 본과 3학년에 올라가자 비로소 임상학 강의가 시작되었다. 정신과를 공부할 때 학생들은 우선 4대 정신병이 무엇인지 무조건 외어야 했다. 학기말 고사에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의학생이었던 60년대에는 4대 정신병이란 정신분열증, 조울증, 간질 그리고 뇌매독을 말했다. 아마도 20세기 전반에 해당하는 50년대 이전에 정신병원에 입원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통계 수치를 따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무렵 이미 뇌매독은 항생제의 출현으로 정신과 병동에서 사라져 버린 지 오래되었고 간질은 더 이상 정신병이 아닌 신경과 질환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한편 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은 세월이 지나면서 그 빈도가 그리 높지 않은 질환으로 자리 매김 되었다.

그렇다면 21세기를 맞이하는 현대 정신과에서 가장 빈번한 질환은 무엇이며 그 빈도는 얼마나 될까?
얼마 전 미국에서는 15세에서 54세에 달하는 남녀 약 8,000명을 상대로 정신병 빈도 조사를 벌인바 있다. (일반 정신의학 아카이브, Vol.51 1994년 1월호)



전인구중 48% 정신 장애


그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일년 중 미국 전체 인구의 거의 1/3인 29.5%, 그리고 일생을 통해서는 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48%가 정신병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서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니까 그 장애가 경미하거나 겉으로 나타나기 힘든 커피 중독, 니코틴 중독, 성 기능 장애 등은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나온 결과였다.

현재 미국에서 정신병 가운데 일년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은 ‘주요 우울 장애’ (Major Depression)였으며 그 빈도는 전 인구의 열 명중 하나 꼴인 10.3%이었다. 그리고 일생에 걸쳐 걸릴 가능성은 17.1%이나 된다.

이 질환이 있으면 울적한 기분에 사로잡혀 만사가 귀찮고 도무지 사는데 아무런 즐거움이 없다. 기운이 없어지고 맥이 빠져 저절로 한숨만 나오는데다가 의욕조차 상실하여 전반적으로 일거일동이 느려진다. 모든 것이 비관적으로만 보여 죄책감과 무력감에 쌓인다.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오고 힘이 없어 자리에 누워도 잠을 이룰 수 없어 밤새도록 뒤척인다. 그러다 보면 낮에도 일에 집중이 되지 않고 기억력이 현저하게 감퇴한다. 따라서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고 죽고 싶은 생각에만 빠지는데 이러한 상태가 2주일 이상 계속될 때 주요 우울 장애라고 말한다.

두 번째로 많은 것은 ‘앨콜 남용이나 중독’(9.7%)이다. 일생에 걸쳐 걸릴 가능성은 훨씬 높아 전 인구의 1/4인 23.5%에 해당한다.

남용(Abuse)의 경우에는 지나친 음주로 인해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하지못해 결근이 잦고 작업 능률이 떨어지며 학생의 경우에는 결석이나 지각을 많이 한다. 취중에 남과 싸우기 쉽고 술 마신 뒤 기억을 못해 실수를 하고 망신당한 경우가 많으며 음주운전 등으로 인해 사회생활에 여러 가지 지장을 가져온다.

한편 중독(Dependence)이란 남용 증상말고도 술에 대한 내성(Tolerance)이 생겨 주량이 차차 증가한다. 따라서 음주를 중단하면 불면, 손 떨림, 오한, 불안에서 시작해서 환각, 망상, 발작에까지 이르는 여러 가지 금단 증상(Withdrawal)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약물중독 가능성 가장 높아

세 번 째는 ‘특수 공포장애’(Specific Phobia, 또는 단순 공포장애 , Simple Phobia)로 8.8%가 된다. (일생은 통한
빈도는 11.3%이다)
이 병은 특수한 대상에 마주치거나 특수한 상황에 처할 때 또는 그런 상태를 예기할 때 걷잡을 수 없는 극심한 공포에 휩싸이는 병이다. 환자는 이때 쉽게 공황 상태에 빠진다.

넷째는 ‘사회 공포증(Social Phobia)으로 7.9%이며 일생에 겪는 비율은 13.3%로 높다. 이런 환자는 특수한 대상이나 상황에서 공포가 나타나는 대신 남들 앞에서 자신을 들어내거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해야 하는 대인관계의 상태에서 겁에 질리고 불안에 떠는 병이다. 따라서 이들은 이런 기회를 한사코 피하려 한다. 대중 앞에서 연
설할 때 말더듬기, 공중 변소에서 소변보지 못하기, 무대 공포증의 형태로 나타나며 심하면 식당이나 초대받은 자리에서 식사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섯 째는 약물 남용이나 중독으로 3.6%이며 일생 가능성은 11.9%다.

여섯째는 ‘기분부조장애’ (Dysthymia)란 질환인데 보통 심하지는 않으나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우울 상태를 말한다. 전 인구의 2.5%에 해당한다. 이 질환은 식욕 장애, 수면 장애와 함께 무기력과 주의력 산만, 자신감 결여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 불쾌한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한다.

‘주요 우울 장애’와 ‘기분부조장애’는 모두 넓은 의미의 ‘우울병’에 속하며 ‘특수 공포 장애’와 ‘사회 공포 장애’는 크게 ‘공포증’으로 분류한다. 또 알콜도 크게 보아 약물이므로 ‘알콜 및 약물 장애’를 한 캐터고리에 포함시킨다면 현대인 3대 정신병 특히 미국에서 가장 많은 정신병이란 우울증, 공포증 그리고 약물 중독인 것이다.

일년 사이에 보는 빈도순으로 따진다면 공포증(16.7%), 약물 중독(13.3%) 우울증(12.2%)이 되고 일생에 걸쳐 걸릴 가능성은 약물 중독(35.4%), 공포증(24.6%) 그리고 우울증(23.5%)의 순서로 높다.


정유석(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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