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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속화되는 한인업계 세대교체

염승은/경제팀 기자

얼마 전 한 한인은행의 융자심사 부서에 두 장의 신청서가 들어왔다.

같은 지점에 근무하는 한 지점장과 론오피서가 각각 같은 업체의 융자 신청서를 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지점장은 한국말을 하는 이민 1세 아버지와 젊은 론오피서는 영어가 편한 1.5세 아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이 업체는 많은 한인사업체처럼 아버지가 수십년간 사업체를 키워온 뒤 아들이 경영에 함께 참여하는 경우로 아버지는 주로 돈 관리를 하고 아들이 회사 경영의 대부분을 했다.

이 은행의 한 간부는 "돈 관리를 아버지가 한다지만 결국 미래는 아들에게 있는 것 아니냐"라며 "아들쪽으로 들어온 신청서로 융자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정이다. 아들쪽으로 융자를 진행한다 해도 아버지가 이를 알면 흐뭇해 할 테고 결국 최종 결정은 아버지와 상의를 해서 이뤄질 것이니 말이다.



이 사례를 들으며 최근 한인 사회에 세대교체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LA다운타운의 의류 업계를 중심으로 이같은 분위기는 여러 업종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한인 운영 비즈니스를 표현할 때는 근면.성실이라는 표현이 곧잘 따라붙곤 했다. 시장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영어를 못해도 땀과 노력으로 아메리칸드림을 일궈낼 수 있었다. 이들은 지금 우리가 큰 고민 없이 당연하다 받아들이고 사는 지금의 한인 사회를 만들어 냈다.

최근 한인 사업체들의 모습은 이와 다르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세대가 이전 세대가 만들어 낸 기반 위에서 그들의 노하우를 받아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략으로 미국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 업종도 리커스토어 세탁소 등에서 탈피해 다양성을 띠고 있다.

세대교체는 특히나 이번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큰 어려움을 맞으며 1세대들이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인 은행권에서 20여년을 행장으로 보낸 한 원로 금융인은 "은행만 봐도 이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편한 20 30대 젊은 은행원들이 성장해 나갈 토양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1.5세 2세들이 한인사회에 들어와 자리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규 이민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한인사회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한인사회는 지금의 모습에서 더 성장하기 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유학생을 고용해 영주권을 내주는 것도 한계가 적지 않다. 유학생 출신의 한 지인은 "업계 평균에 한참 못미치는 임금을 받으면서도 영주권을 볼모로 온갖 불이익을 참고 견디고 나니 악감정만 남았다"며 "이런 현실에서 젊은 인재들이 한인 사회에 들어와 머물기를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이라고 말했다.

한인사회는 이 같은 변화에 얼마나 따라가고 있는 걸까. LA한인타운이 한인 경제의 중심지가 아니라 단순히 놀고 먹고 마시는 곳으로만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도 결코 섣부른 게 아니다. 아직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생각으로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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