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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얇은 봉투'에 담긴 교훈

김완신/논설실장

UC계열 대학에 이어 지난 주 아이비리그 등 유명 사립대학이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올해 주요대학들의 합격률을 보면 하버드대 5.7% 예일대 6.7% 컬럼비아대 6.8% 프린스턴대 7.9% 등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해와 비교해도 대부분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합격률이 낮아져 매년 최고 경쟁률을 경신하고 있다. UC계열 대학도 해가 갈수록 합격자 평균점수가 올라가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입학 관계자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들이 대거 대학에 몰리고 사회적으로 학사학위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향후 10년간은 지속적으로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년 이때쯤이면 대학에 원서를 낸 학생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원하는 대학에서 입학허가서를 받은 학생들은 기쁨에 환호하지만 낙방한 학생들은 생애 처음으로 가장 뼈아픈 좌절을 겪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몇해전 '유명인사와 거물들도 대학에 떨어졌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한 적이 있다. 소제목은 '얇은 봉투의 교훈(Lessons in Thin Envelopes)'으로 붙였다. '얇은 봉투'는 대학입학이 불허된 학생들이 받는 편지를 '두꺼운 봉투(Thick Envelopes)'는 합격학생들이 받는 통지문을 각각 비유한다. 낙방 학생들에게는 불합격 통보를 하게 돼 유감이라고 간단히 적어보내기 때문에 봉투가 얇고 합격자에게는 입학에 필요한 준비사항을 설명하는 서류 등을 동봉해 봉투가 두껍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메일이나 인터넷 등에서 합격여부를 먼저 확인할 수 있어 우편봉투의 의미가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우체통에서 꺼내든 봉투의 두께로 환희와 탄식이 교차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고문에서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리 볼링거 컬럼비아대학 총장 CNN창업자 테드 터너 회장 등을 예로 들면서 대학입학 실패가 인생의 낙오가 아님을 강조한다.

워렌 버핏은 19세 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지망했다가 거절당했다. 당시 꿈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은 좌절을 겪었지만 컬럼비아대로 진학해 일생의 멘토가 됐던 훌륭한 스승들을 만났다. 리 볼링거 총장은 하버드에서 입학이 거절됐지만 오리건대학에 진학해 학자로서의 꿈을 키웠고 결국엔 아이비리그의 총장에 올랐다. 테드 터너 회장도 프린스턴과 하버드로부터 불합격 통지를 받는 아픔을 겪었지만 젊은 시절의 역경은 그를 언론계의 거물로 키웠다.

시련과 실패는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는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버핏 회장은 '대학실패는 일시적인 좌절이지 영원하지는 않다'고 했다. 볼링거 총장은 '불합격 통지서가 당신의 일생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터너 회장은 가족을 잃는 슬픔에 비교할 때 낙방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며 슬기롭게 대처할 것을 당부했다.

낙방의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한 유명인사들의 이야기가 지금 낙심한 학생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지는 모른다. 유명인사들은 이미 고통의 시간에서 한참을 떠나 와 있지만 '얇은 봉투'를 손에 쥔 학생들의 슬픔은 현실이다. 천재 아인슈타인도 취리히의 연방공과대학 시험에 응시했다가 낙방했었다. 위인들의 실패를 위로로 삼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 모두는 젊은 날의 실패에서 소중한 것들을 배웠다.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는 용기로 '영광스러운 패배'를 만들었다.

모든 실패에는 항상 교훈이 있다. 다만 청춘이 그 교훈을 깨닫기까지는 기다림의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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