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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거부할 수 없는 김장훈의 매력

부소현/JTBC LA특파원·차장

취재를 나서기 전에는 일의 강도를 가늠해 보게 마련이다. 주말 취재는 특히 더하다. 금쪽같은 휴일인데 빨리 끝내고 쉬고 싶은 마음이 기자라고 왜 없겠나. 지난달 가수 김장훈이 LA에서 열리는 유방암 기금마련 핑크리본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기부도 하고 공연도 하고 한인들과 마라톤 팀까지 만들어 나간다기에 휴일이지만 취재를 마음 먹었다.

사실 행사 전날 보내온 일정을 보고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오전 6시45분 미디어 체크인 김장훈 인터뷰는 7시15분. 리포트의 성격상 인터뷰가 가장 중요한데 일정을 맞추려면 늦어도 새벽 5시 전에는 일어나야 했으니 꾀가 날만 하다. 다행히 늦지 않게 일어나 동도 트기 전 행사가 열리는 다저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여유있게 시간에 맞춰 인터뷰 장소로 갔다. 그런데 김장훈은 없었다. 공연 후로 인터뷰를 미뤘다. 목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공연이 끝나려면 4시간은 족히 더 기다려야 했다. 화가 났다. 춥기는 왜 그렇게 추운지. 취재 때문에 손해 본 휴일 아침 꿀맛 같은 늦잠에 대한 미련으로 억울한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김장훈은 마라톤이 끝난 후 행사 참가자들을 위해 공연 무대에 올랐다. 유료 관객들을 상대로 한 공연도 아닌 데다 야외무대여서 시작은 어수선했다. 게다가 관객의 대부분이 김장훈을 처음 보는 미국인들이었으니 호응이 좋을리도 없었다.



그러나 김장훈은 별로 당황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재치있는 영어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같이 따라 부를 수 있는 팝송으로 참여를 유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상모돌리기를 선보이고 트레이드 마크인 독특한 퍼포먼스로 박수를 받았다. 작은 무대였지만 관객들을 배려한 노력과 성의가 보였다.

미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한국공연들을 보면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아쉬울 때가 있다. 특히 미국인 타인종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 그렇다. 의도는 좋았지만 보는 사람을 이해시키는 설명과 준비가 부족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달 게티센터에서 열린 한복패션쇼가 공을 들인 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장훈은 이날 공연을 위해 자비로 특수무대를 공수해 왔다고 했다. 관객들이 낯설지 않게 일부러 밴드와 댄서들은 여러 인종으로 구성해 따로 연습했다. 유방암 예방 행사인 만큼 의상은 진분홍색으로 맞춰 입고 참가자들을 위한 선물도 손수 준비해 왔다. 사회자 없이 혼자 공연을 진행했으니 아마 영어 연습도 많이 했을 것이다. "한국 가수도 이만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던 그는 이날 최선을 다했다.

김장훈은 이날 기자를 새벽부터 일어나게 하고 추위에 떨며 꼬박 4시간을 기다리게 했지만 관객을 배려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했다. 결국 인터뷰를 미룬 것도 최선을 위한 노력의 일부라고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다음달 11일 LA에서 김장훈 콘서트가 열린다. 미주 8개 도시 순회 공연의 첫 시작으로 공연 수익금은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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