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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차별'에서 '평등'으로의 긴 여정

이종호/편집팀장

1948년 유엔 제정 세계인권선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누구에게나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가 있다.' 다음 장은 또 이렇게 이어진다. '사람은 누구나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입장이나 여타의 견해 국적이나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등의 차별로부터 벗어나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여기에 전 인류가 인식을 같이하기까지에는 수천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이것이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인 곳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 또한 지구촌의 현실이다.

어떻게 보면 인류의 역사는 자유 확대와 인권 확보를 향한 투쟁의 역사였다. 자유 인권 평등을 보편적 가치로 받아들이기까지의 미국 역사도 다를 바 없다. 신앙의 자유 노예 해방 여성참정권 실현 장애자 인권 등 어느 하나라도 순탄하게 거저 얻어진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수잔 B. 앤서니(1820~1906)는 미국 여성참정권 운동의 어머니다. 1872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어느 날이었다. 수잔은 세 명의 다른 여성들과 함께 밧줄로 몸을 묶은 채 뉴욕주 로체스터시 선거사무실에 나타났다. "투표권 없는 자유는 가짜다"라고 외치며 그녀는 유권자 등록을 강행했고 며칠 뒤 투표까지 했다. 하지만 어떻게 여성이 '감히' 투표를 하느냐며 격분한 한 남자가 그녀를 고발했고 결국 100달러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수잔은 '부당한' 벌금은 낼 수 없다며 납부를 거부하고 전국을 돌며 여성참정권 운동의 횃불을 더욱 높이 쳐들었다. 남성 중심 사회의 고정관념과 여성차별 편견에 맞서 평생을 싸웠던 수잔의 분투는 그녀가 죽은 지 14년이 지나서야 결실을 맺었다. 1920년 미국 수정헌법 19조는 "선거할 권리가 성별의 차이 때문에 거부되거나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며 여성참정권을 마침내 인정한 것이다.

이런 일이 비단 여성 참정권만이었을까. 로사 파크 여사 마틴 루터 킹 목사같은 이들의 선각과 투쟁에 힘입어 1964년 민권법(Civil Rights Act)이 제정되면서 적어도 법적으로는 인종 피부색 종교 및 성별에 의한 차별이 없는 미국이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1990년 제정된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이나 한창 논의 중인 이민개혁법안 역시 선구자들의 헌신과 노력의 열매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요즘 한국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찬반 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고 한다. 이 법은 성별 출신 지역 피부색 학력 나이 사상 병력 종교 성적(性的) 지향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등을 이유로 한 일체의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한 법이다. 언뜻 보아 유엔 인권선언이나 미국의 학교 고용시장 부동산 광고 등에서 흔히 보는 문구나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논란이 되는 것은 이 법을 동성애자 차별금지 등과 연계시킨 일부 보수적 종교계 인사들의 조직적 반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이 법이 동성애를 합법화해 줌으로써 교육 현장을 어지럽히고 사회적 근간을 무너뜨릴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종북세력의 활동을 보장하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반대 이유다.

동성애 이슈는 미국에서도 여전히 큰 사회적 관심사다. 현재 연방대법원도 동성결혼 금지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억압에서 자유로 차별에서 평등으로 역사가 흘러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문제 역시 시간만 남았지 방향은 정해진 느낌이다.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작은 물줄기를 잠시 막을 수는 있어도 큰 강물의 도도한 흐름까지 인간이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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