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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보스턴 테러와 공포의 확산

김완신/논설실장

폭력의 대부분이 공포를 수반하지만 폭력과 공포는 차이가 있다. 폭력은 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강제력을 뜻한다. 언어폭력 등 정신적 폭력이 있지만 원형적 의미의 폭력은 물리적인 힘에서 비롯된다. 반면 공포는 폭력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감정이다. 특정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강렬하게 표출되는 두려움이다. 또한 폭력은 물리적, 공간적 제약을 받지만 공포심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 퍼져나간다.

전국이 보스턴 테러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15일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두차례 폭발물이 터져 8살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3명이 숨지고 176명이 부상당했다. 무자비한 폭력에 마라톤 현장은 유혈의 전쟁터가 됐고 공포는 미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범인이 테러목표를 보스턴 마라톤 대회로 택한 것에 주목한다. 보스턴 대회는 매년 4월 셋째주 월요일에 열리는 117년 전통의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마라톤 경기다. 특히 15일은 '애국자의 날(Patriots Day)'로 기리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애국자의 날'은 원래 19일이지만 보스턴이 속한 매사추세츠주에서는 4월 셋째 월요일에 기념하고 있다. 1775년 4월 19일은 미국 민병대가 렉싱턴과 콩코드 전투에서 영국군에 승리해 미국 독립전쟁의 서막을 알렸던 뜻깊은 날이다.



데벌 패트릭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사건 후 기자회견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린 날은 이곳에서는 매우 특별한 날이다"라고 의미를 두었다.

수사당국이 테러범 색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뚜렷한 용의자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추측만 난무하고 공포는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테러범이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노린 것은 폭발의 효과와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이었다고 주장한다. 미국 독립정신과 자유민주주의의 본산인 보스턴을 택했다는 이유다. 12년 전 9ㆍ11테러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세계무역센터를 겨냥했다는 점과 비슷한 맥락에서의 유추다. 테러 배후가 알카에다 등의 이슬람 과격주의 단체인지 아니면 미국내 자생적인 테러리스트의 소행인지는 알 수 없다. 정신병력를 가진 범인의 어처구니없는 범죄일 수도 있다.

폭발현장의 목격자들은 악몽과 같았던 공포의 순간들을 전하고 있다. 당시 사건현장에는 팔ㆍ다리가 잘린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고 증언한다. 폭발물 파편에 사지가 잘라져 마치 토르소를 보는 것 같았다고 울부짖는 피해자들도 있다.

범인의 실체도 범행의 목적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요르단의 과격단체 '무슬람 살라피'의 지도자 모하마드 알찰라비는 "미전역이 공포에 떠는 것을 보는 것이 기쁘다"며 "미군이 이슬람 지역을 점령했을 때 우리가 견뎌야했던 고통을 미국인들도 느껴야 한다"고 했다.

미국정부가 9ㆍ11 이후 테러방지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사실상 예방은 어려운 상황이다. 예전에는 알카에다만 주시하면 됐지만 미국내 자생적 테러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난 4년간 미국내 증오범죄 조직이 1300여개 늘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보스턴 참사는 우리의 '홈랜드(Homeland)'가 테러에 취약하고, 테러위협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보스턴 테러의 실체에 관해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은, 앞으로도 테러는 계속될 것이고 그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공포스러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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