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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작 가까운 것에 눈먼 유권자들

원용석/사회팀 차장

"LA 레이커스 주전 선수 5명은 알아도 LA 시의원 한 명 이름 댈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3월 실시된 LA 시선거 출구 조사 결과 투표율이 16%에 그치자 로컬방송 라디오 진행자 덕 매킨타이어가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한심하다면서 개탄스럽게 내뱉은 말이다. 선관위에서 발표한 최종 투표율은 그래도 이보다 조금 더 높은 20.79%였다.

선거가 지난 달에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주민도 꽤 될 것이다. 스포츠광인 내 친구 한 명도 그렇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을 마감한 레이커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여부가 이 친구에게는 LA 시선거보다 훨씬 중요한 사안이다.



문득 대학 시절이 생각났다. 당시 뉴스 채널을 즐겨보는 '뉴스 정키'였지만 유독 로컬 정치엔 관심이 없었다. 대신 CNN 폭스뉴스 MSNBC 등을 봤다. 로컬 뉴스가 나오면 '누가 이런 걸 보나'하고 바로 채널을 돌렸다.

왜 그랬을까 자문해 봤다. 이유는 세가지였다.

첫째는 일단 로컬 방송 화면의 화려함이 내셔널 프로그램에 비해 많이 떨어지고 화질이 안 좋았다.

둘째는 로컬 정치를 오피니언식으로 흥미롭게 끌어가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내가 내셔널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빌 마어 빌 오라일리 숀 해니티 키스 올버맨 등 최고의 입담꾼들의 영향이 컸다.

전국 케이블 뉴스 시청률 순위를 보면 1~5위까지는 죄다 오피니언쇼다.

오라일리는 최근 주민들의 로컬정치 참여도가 낮은 것은 로컬 언론매체가 너무 재미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딱딱한 하드 뉴스보다는 감정을 일으키는 오피니언쇼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들렸다.

한번 확인해보니 LA에서 로컬정치 오피니언쇼 프로그램은 TV에선 전무하고 라디오 방송 채널 1개 정도만이 있었다.

셋째는 로컬 뉴스의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했다.

'모든 정치는 로컬(All politics is local)'이란 말이 있다. 연방하원의장을 역임했던 팁 오닐이 남긴 명언이다. 사람들이 무작정 스케일 큰 것만 좇는 것을 에둘러 비판한 말이다. 우리는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아도 주변 인물 보다는 평생 한번 볼까말까한 사람의 이름을 댄다. 그 사람의 개인적인 생활에 대해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가까울수록 더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정치이든 사람이든.

시장.시의원은 LA시 정책을 관할하기 때문에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환경문제 복지정책 시행정이 바뀐다.

다시 친구 얘기로 돌아가자. 13지구내 할리우드에 사는 유권자다.

존 최가 13지구 시의원 후보로 출마해 한인 최초의 LA 시의회 입성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너 사는 지구에서 최씨 성 가진 한인 시의원이 있으면 아무래도 득이 되지 않겠냐. 투표해라"고 했다. 그런데 친구는 농구 얘기를 한참 하다가 자꾸 로컬 정치로 화제를 돌리니까 마지못해 말했다. "아 알았어. 그날 별로 안 바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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