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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한인 청소년들의 우울한 '그림'

김완신/논설실장

지난달 중앙일보 학생미술공모전 행사가 열렸다. 미술공모전에는 남가주를 포함 미전역에서 1000여명의 초.중.고등학생들이 작품을 응모해 기량을 겨뤘다. 작품심사를 맡았던 게티뮤지엄의 스테파니 슈레이더 큐레이터 캘스테이트롱비치 미술대학 박선욱 교수 LA시 문화국 레베카 게레로 아트 코디네이터는 한 목소리로 작품의 우수성을 격찬했다.

작품에는 응모자들의 밝고 순수한 마음을 표현한 것들이 많았고 초등학생들의 작품은 천진난만한 동심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러나 상당수 작품에는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고 특히 중고등부 출품작에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박선욱 교수는 심사평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12세 이하의 어린 학생들은 생동감 있는 색상과 자신있는 제스처로 그림들이 대체로 밝았다. (그러나) 사춘기에 접어든 중고등부 학생들의 그림을 심사하면서 지나칠 수 없는 점이 있다면 예술성과 표현력이 탁월한 학생들의 작품들 속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어두움'이다. 이 부분에 대해 다른 심사위원들도 놀라움과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청소년들은 발육기에 접어들어 정신적 신체적 변화를 겪으면서 간혹 자신감을 잃고 의지가 약해질 때가 많아 성장기 작품에는 그들 특유의 외침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인청소년들의 그림 속에는 아픔과 슬픔을 넘어 체념이 있었다."



박 교수는 또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이들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며 "그림에서 표현된 우리 청소년들의 냉소와 외로움을 심사위원들이 느꼈듯이 한인 학부모들도 경험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림에 표현된 '어두움'을 이유로 전체 한인청소년들이 우울하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가'는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청소년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감(행복지수)'이 4년 연속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행복지수는 삶의 만족도 건강 소속감 외로움 등 주관적인 요소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 측정한다. OECD 국가 중 한국은 가장 행복하지 못한 다시 말해 가장 불행한 청소년들이 사는 나라가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청소년들이 주관적 행복감을 느끼는 못하는 이유로 학업 스트레스를 꼽고 있다. 특히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로 스트레스가 가중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학업 스트레스가 덜한 한인청소년들은 행복할까. 태평양을 건너와도 한인 부모들의 교육열은 전혀 식지 않는다. 더욱이 미국에서도 대학가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부모들의 대학 눈높이는 내려올 줄 모른다.

한국과 미국 지역적 차이에 상관없이 청소년이 행복을 느끼는 원천은 가정이고 그 가정의 주축은 바로 부모다. 미국에 살고 있어도 한인부모의 가정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청소년들이 느끼는 불행을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OECD의 행복지수 등 충격적인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청소년에 대한 관심도 커지지만 한인사회에는 상담기관도 통계도 없다. 그래서 문제도 없다. 그저 '행복한 아이들'만 있을 뿐이다.

좋은 성적 모범적 생활 명문대 진학 전문직 진출 사회적 성공… 한인 학생들에게 씌여진 화려한 외형이다. 밖으로 드러난 것들로 행복의 기준을 삼는 사회와 가정에서 청소년들은 그들만의 우울한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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