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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문화도시 서울의 비문화적인 사람들

[LA중앙일보] 발행 2013/05/10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3/05/09 18:46

이종호/편집팀장

고풍스러운 유적 많고 문화 행사 풍성하지만 추한 뉴스 그치지 않아
서울 사대문 안에는 4개의 산이 있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북쪽에 백악(북악).남쪽에 목멱(남산).동쪽에 타락(낙산) 그리고 서쪽의 인왕산이 그것이다. 이 네 개의 산을 연결해 쌓은 성이 서울성곽이다. 총길이는 약 18km 정도. 일제 때 대부분 훼손되었던 것을 최근 성문과 성벽 등 상당부분을 복원시켜 놓았다.

지난 주 한국을 다녀오면서 복원된 숭례문도 둘러 보고 도심의 성곽 자취도 더듬어 봤다. 성곽 길을 따라 걸으며 인왕산에도 올랐다. 해발 338m. 높지는 않지만 산세가 험하고 숲이 깊다. 옛날에는 호랑이가 득실거렸다는데 올라보니 그럴 만도 했겠다 싶었다.

오르는 길은 가팔랐다. 계단길 바위길 흙길을 번갈아 밟으며 한 시간여 숨이 턱에 차고 이마에 땀이 맺힐 즈음 정상에 당도했다. 너럭바위에 올라서니 한강이 보이고 멀리 관악산 청계도 가뭇하게 다가온다. 발 아래엔 청와대와 경복궁이 손에 잡힐 듯하고 요즘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 탐방 1번지로 탈바꿈했다는 북촌도 지척이다. 풍수지리를 몰라도 이 정도면 서울이 명당은 명당이구나 싶다.

조선이 도읍지를 정할 때 정도전도 이렇게 올라와 보았을 것이다. 이성계의 또 다른 스승 무학대사도 그랬을 것이다. 둘은 의견이 갈렸다. 정도전은 북한산 정기가 북악을 거쳐 목멱 쪽으로 뻗었다고 했다. 무학대사는 서쪽 한강 어귀 지금의 교하 쪽이라고 했다. 결국 정도전이 이겼다. 조선 궁궐이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게 된 연유이다.

도심의 숨구멍같은 다른 궁궐들도 보였다.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그러고 보니 서울은 궁궐의 도시다. 경복궁은 복원공사가 끝나 완전히 본 모습을 찾았고 외벽도 말끔히 새로 단장되어 있었다. 창경궁과 종묘를 연결시키는 공사도 한창이었다. 비원에서 혜화동 쪽으로 넘어가는 일제 때 뚫린 길을 지하터널로 돌리고 원래 길은 덮어 복원한다는 것이다. 공사가 끝나면 서울은 또 더 좋아질 것이다.

하산 길은 자하문(창의문) 쪽을 택했다. 서울성곽을 따라 세워진 4대문 4소문 중의 하나다. 4대문은 흥인지문(동대문) 돈의문 숭례문(남대문) 숙청문이고 4소문은 홍화문(혜화문 동소문) 광희문 창의문 소덕문(소의문 서소문)을 말한다.

자하문까지 거의 다 내려와선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만났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하는 '서시' 시비가 반가웠다. 자그마한 야외무대에선 때마침 일단의 동호인들이 시낭송회를 펼치고 있었다. 한참 동안 구경을 하면서 열심히 박수를 쳐주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거리에서 연주나 퍼포먼스를 펼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문화의 저변이 참 넓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젠 한국이 더 그렇게 된 것 같다. 어딜가나 공원이고 공연장이다. 음악 연극 문학 동호인들의 활동도 다양하고 활발하다. 문화강국이 빈말이 아니다. 싸이가 뜨고 60대 조용필이 다시 각광받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등산을 끝내고 느지막이 지하철을 탔다. 역 승강장에서 또 시를 만났다. '오선지를 발랄하게 거니는 음표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음표를 찾자//사랑하는 사람들로 한줄 채우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줄 채우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한줄 채우고/ 위로하는 마음으로 한줄 채우고…'(최민경 '오선지' 부분)

1000만 서울 시민들은 날마다 이런 시를 보며 출퇴근한다. 그런데도 경쟁과 체면과 분노의 뉴스는 그치지 않는다. 라면상무 성추행 대변인같은 추한 뉴스 또한 사라지지 않는다. 왜일까. 미국행 비행기에서 내내 가져본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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