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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아빠들이 설립한 자폐증 연구소

[LA중앙일보] 발행 2013/05/10 미주판 25면 기사입력 2013/05/09 21:04

수잔 정 소아 정신과 전문의

정신질환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유전인자를 통해 물려받은 두뇌의 질환들이다. 조울증, 주의산만증, 자폐증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장소에서 29년간 진료를 하다보니 부모, 형제, 자매 등 가족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중 하나로 K와 D라는 백인 쌍둥이를 4세부터 시작해 현재 19세까지 치료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나는 쌍둥이 엄마가 웃음을 잃은 것을 보지 못했다. 두 소년 모두 중증 자폐환자들이라 언어 발달이 늦고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오늘 D가 수학시험에서 백점을 받았어요." 두 소년을 데리고 온 엄마의 명랑한 보고다. 아들들은 장애가 심한 학생들을 위한 특수교육반에 다니고 있는데 엄마는 지치지 않는 응원군이다.

자폐증 환자지만 언어 사용에 큰 문제가 없어 일반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하는 캐럴과 톰의 부모는 둘 다 과학자들이다. 방과 후에 이 아이들은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둘을 데리고 오는 보호자는 늘 엄마와 할머니다. 한번도 나를 찾아온 일이 없는 이들의 아빠는 직장에서 동료들과도 별로 어울리는 일이 없단다. 그러나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좋은 아빠라고 한다.

몇년 전에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자폐증 아이들이 특별히 많이 진단되고 있다는 타임지 기사를 읽었다. 한 가정에 2~3명의 자녀가 자폐증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연구자의 해석이 재미있었다. '컴퓨터와 공학의 귀재들이며, 고도의 지능을 소지하고, 주로 혼자서 하는 작업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 실리콘밸리이다. 그런 젊은이들이 자신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이성을 만나 결혼하고 자녀를 갖는다. 따라서 부모의 유전인자를 받고 태어난 아이들은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자폐증을 갖고 태어날 확률이 커진다.'

그래서 이곳에 살고 있던 네명의 아빠들이 뜻을 모았단다. 그들은 '눈을 감기 전에 우리의 아들이 우리를 쳐다보면서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한번만이라도 듣고 싶어서' 자폐증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자폐 연구기관과 치료클리닉을 한 건물 안에 두어,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실 앞을 지나다니는 심한 자폐증 환자들을 보게 되면 이 아빠들이 겪는 아픔을 연구진이 느낄 수 있어 연구에 박차를 가할 거라는 간절한 기대때문이었다.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이 대대적인 모금활동을 시작한 것도 자폐증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항간에 떠도는 '자폐증은 예방주사가 원인'이라는 터무니 없는 소문도 잠재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의 과학적 실험을 통해 근거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자폐 아동의 부모들은 '주사가 원인'이라는 잘못된 소문을 믿고 싶어한다. 자녀의 병이 예방주사로 인해 생긴 것이라 믿으면 부모 자신들의 막연한 죄책감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폐증은 어린 나이부터 일찍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세살부터는 공립학교에서 유치원 준비학습을 받을 수 있다. 자폐증 등의 장애가 의심될 때에는 조기진단을 받고, 언어나 사회생활 연습을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숨기기 보다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제 한국인들도 정신질환을 부끄럽게 여기는 과거의 악습을 떨쳐버려야 한다. 두뇌의 병을 앓는 가정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열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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