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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맹목적 감싸기가 '괴물' 키웠다

김동필·취재에디터

상대 고려않는 먹통 주장
진리 눈감고 증오심 키워
대변인 성추행 토양 됐다


그가 뜬 것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였다. 보수논객을 자처하며 야당 후보를 비판하는 말(방송)과 글(칼럼)들을 쏟아냈다.

그의 주장이 관심을 끈 것은 내용의 깊이 보다는 자극적 비유와 직설적 표현들 덕이었다. 압권은 '정치적 창녀'와 '반국가 세력' 발언이다. 야당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여당 성향의 인물들을 '정치적 창녀'로 규정했고 문 후보에게 표를 준 48%의 국민을 향해서는 '반국가 세력'이라는 독설을 내뱉었다. 대통령을 수행한 미국방문에서 '인턴 성추행'이라는 물의를 일으킨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얘기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해도 이 정도면 그의 인격과 도덕성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셈이다.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격 모독성 막말을 해대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위험성은 이미 감지됐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 당시 사상 최악의 인사라는 비판까지 쏟아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했던 무리수가 결국 나라 망신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는 한국 정치 현실이 만들어낸 괴물일지 모른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첨예한 권력 다툼이 그 토양이다. 보수든 진보든 반대 진영은 협상과 설득의 파트너가 아니라 어떻게든 꺾어야 하는 타도의 대상일 뿐이다.

무조건적인 적대감과 증오심으로 무장한 것이다. 이런 싸움에서 그는 보수의 최전방 나팔수였고 그의 막가파식 발언의 강도가 세지면 세질수록 지지자 내지 동조자들은 더 큰 환호를 보냈다. 맹목적인 환호는 결국 괴물을 키우는 영양제가 됐다. 최소한의 검증이나 자기정화 기능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진짜 옳은 듯한 착각에 빠졌고 도덕성마저 무뎌진 것이 아닐까. 이런 상태라면 다른 사람이 받을 상처 따위는 그의 관심사가 되지 못한다. 이번 사태의 기저에도 이런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괴물에게 권력이라는 칼자루까지 쥐어줬으니 말이다. 인턴 직원쯤은 얼마든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을 것이다.

조금 과한 비유일지 몰라도 아돌프 히틀러라는 괴물이 출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 독일인들의 맹목적 애국심도 한 몫을 했다는 사회학자들의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도 이런 괴물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후유증이다. 한국 정치판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다. 한미정상회담중에 벌어진 일이라 국가적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피해자가 한인 학생이라 1.52세들의 시선도 우려된다. 더구나 요즘 1.5세나 2세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한국 음악과 연예인에 열광하고 류현진와 추신수를 열심히 응원한다. 졸업 후 한국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대학생들도 많다.

그들에게 이번 일은 과연 어떻게 비춰질까. 혹시 한국에 대해 실망감을 갖지는 않을까.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

또 피해 여학생과 가족들이 더 이상 힘든 일을 겪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턴으로 선발됐을 때 한국 대통령을 돕는 일이라고 얼마나 자랑스러워 했을까.

하지만 지금은 자랑거리가 고통으로 변했다. 더구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당사자들은 지금쯤 얼마나 가슴을 졸이고 있을까 싶다. 추가 조사나 수사를 한답시고 피해 여학생과 가족을 더 힘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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