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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외국인 혐오증과 '리틀 싸이'

[LA중앙일보] 발행 2013/05/15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3/05/14 18:31

김완신/논설실장

순혈 고집은 시대착오적 외국인혐오증 사라져야 더불어 함께사는 사회로
'리틀 싸이' 황민우(8)군의 소속사가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계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한 황군은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황군이 인기를 얻자 이에 반감을 가진 네티즌들은 '열등 인종 잡종' '다문화 XX가 한국에 산다는 게 X같다' 등 인종혐오적인 댓글을 소속사 웹사이트에 올렸다.

국제결혼과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한국의 인구지형이 변하고 있다. 한국 남성과 동남아계 여성의 결혼으로 황군과 같은 혼혈 아동이 10만명을 넘었고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도 20만명에 이른다.

한국이 이처럼 다문화 사회로 변하고 있지만 아직도 순혈주의 전통은 강하게 남아있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외국인혐오증은 인종차별과 같은 뿌리를 갖고 있지만 차이가 있다. 외국인혐오증은 민족 지역 언어 종교 등의 동질성을 지닌 집단이 자신과는 다른 집단을 배척하고 증오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 인종차별(Racism)은 인종 피부색 조상 등을 근거로 인간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말한다.

동족이 아닌 무리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증오의 감정이 외국인혐오증이지만 한국의 경우는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한다. 같은 외국인이라도 후진국 출신자에게는 근거없는 우월감이 더해지고 잘사는 나라 외국인에게는 사대주의적 열등감이 작용한다. 동남아지역 출신 노동자에게는 반말부터 나오고 백인들 앞에서는 이유없이 소심해진다. 한국에서 멸시당하지 않는 유일한 외국인은 '영어 잘하는 백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외국인 뿐만 아니다. 동족과 동포까지도 배척의 대상이다. 탈북자와 중국동포들은 분명 한민족 한핏줄이지만 한국땅에서는 외국인처럼 무시당하고 따돌림받는다.

현재 한국에서는 다문화 정책이 민족을 말살시킨다며 외국인을 혐오하는 단체들이 결성되고 있다고 한다. 민족정체성과 순혈주의를 기필코 지켜야 한다는 것이 목표다. 일부 단체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남북전쟁 후 결성된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와 한국 유학생들을 타겟으로 범행했던 러시아의 '스킨헤드' 등과 유사한 단체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순혈주의와 민족주의에 대한 집착은 문화적.언어적 전통을 지키려는 긍정적인 시도로도 나타나지만 격렬해지면 혐오범죄를 만들고 테러로 확대될 수도 있다. 잘못된 순혈주의와 민족주의가 만든 비극은 히틀러의 광기에서 이미 보았다. 괴테도 '문화의 수준이 가장 저급할 때 민족주의 감정이 강해지고 맹목적이 된다'고 했다.

세계화와 국제화는 거부할 수 없는 추세다. 한핏줄 한민족의 나라를 꿈꾸는 것은 이전 시대의 동경이지 지금은 불가능하다. 현대사회에서 순혈은 혼혈의 반대말이 아니라 독선과 배타의 동의어가 됐다.

한국도 이제는 다문화 사회로 가는 거대한 흐름을 인정하고 타민족과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만을 고집하는 태도에서 벗어나려는 인식의 전환이다. 한국에서 외국인들을 몰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다문화 사회에서 이방인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아름답다. 이는 오래전부터 다문화 사회의 전통을 만들고 지켜 온 미국에 살면서 체험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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