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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본 LA폭동10년]희생자 목소리 필름담는 김대실 감독

“4·29 폭동 행사는 많은데 피해자는 없습니다.”

정신대 할머니와 사할린 강제징용자, LA폭동 피해자 등 역사의 비극에 피흘린 한국인들의 아픔을 기록해온 다큐멘터리 감독 김대실(63)씨는 폭동 10주년을 맞아 다큐멘터리 ‘젖은 모래알(Wet Sand)’ 제작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폭동이 일어난 다음 해인 93년 ‘사이구(Sa-I-Gu)’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PBS를 통해 전국에 방송한 적이 있다. 그는 왜 같은 이야기를 또 하려는 것일까. 세월의 문 뒤에서 깊은 잠에 빠진 폭동에 대한 기억을 힘차게 노크하고 싶은 것이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피해자들에게 물었습니다. 피해자에 관한 얘기가 없는데 다 잘 돼서 그런가 하고요. 그런데 이런 말을 하더군요. 돈없고 목소리 작은 사람들은 들어주지 않으면 지쳐서 말을 안하게 된다고요.”



폭동나고 평화행진에 10만명이 모였을 때 이젠 무슨 일이든 할 것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 해부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고통받은 이들을 모두 잊었다는 것이다. 다음 해 폭동 1주년 행사장에는 주류방송이 헬기까지 동원했지만 카메라기자가 참석자보다 더 많았을 정도였다.

지난해 9월 김감독은 USC에서 열린 폭동 9주년 컨퍼런스에 갔다 분개했다. 패널리스트 가운데 피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영어를 잘 못하면 통역이 있지 않습니까 ”

그래서 그는 다시 폭동에 덤벼들었다. ‘사이구’가 폭동의 원인을 한·흑 갈등으로 몰아간 주류언론의 잘못된 시각에 대한 반론이라면 ‘젖은 모래알’은 너무 빨리, 그리고 철저하게 잊혀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입이다.

그가 망각을 경계하는 것은 폭동이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한인-히스패닉, 흑인-히스패닉 사이에 심각한 단층이 형성되고 있고 10년 전같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 감독은 한 업소에서 히스패닉 종업원과 즉석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에게 물었다. “LA폭동 같은 일이 또 일어난다고 생각합니까 ” 종업원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대로 가면 5년 안에 일어납니다.” 김 감독이 폭동을 잊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10년 전 그 불길과 총성의 현장을 잊고 현장에서 울부짖던 이들을 잊는 것, 그래서 형식만 남은 것, 그건 폭동을 잊은 것이나 다름없을 지도 모른다.

피해자를 외면하면 우리에게 폭동은 목소리가 사라진, 제목만 남은 공테입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거기서 아무 교훈도 듣지 못한다. ‘젖은 모래알’은 그렇다고 한다.

안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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